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부동산 입법 절차가 두 달 넘게 공회전 중이다. 다음 달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정치 현안에 밀려 부동산 정책은 후순위로 전락했다. 총선 전 재건축 활성화를 외치던 정부는 물론, 앞다퉈 개발 계획과 규제 완화를 약속한 여야까지 선거 이후 입을 닦았다.
국회 공회전에 일선 업계는 애간장이 녹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다음 달 안으로 통과되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구성 위원이 대규모로 교체되면, 그동안 진통을 겪으면서 맞춰놓은 정책 합의를 처음부터 조율해야 한다.
당장 정비업계에선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일 ‘재건축 패스트트랙’ 개정안 통과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재건축진단 명칭 변경과 함께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까지 재건축진단을 시행토록 한다. 사업 속도를 높일 획기적인 법안이지만, 한 달 남짓한 시간 안에 야당과 합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울 내 복수의 재건축 사업 추진 단지는 안전진단 시행 시점조차 제대로 못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이 통과되면 안전진단이 사실상 필요 없지만, 현행 기준으로는 안전진단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 개정 시기만 바라보게 되면 그만큼 사업이 늦어지지만, 조합으로선 선택지가 없다.
또 서민 주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간임대사업자 제도 역시 길을 잃었다. 정부는 올해 전용면적 85㎡형 이하 아파트의 10년 장기등록임대 부활을 선언했다. 또 6년 단기 등록임대 부활과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도 발표했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위 논의 테이블에 한 차례도 올리지 못했다. 21대 국회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정부 발의안은 자동 폐기를 피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정치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정책 따라 시장이 요동칩니다. 경제 변수는 그다음입니다”.
부동산 전문가에게 시장 전망을 물어보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대답이다. 이들은 부동산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한국의 특성상 장기 시장 전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는 부동산의 변수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이에 남은 한 달이라도 국회 국토위는 부동산 입법에 힘을 쏟아야 한다. 경기 상황이 엄중한 시점에 정책 변수로 부동산 시장이 더 흔들려선 안 될 일이다. 정치가 부동산 시장의 변수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 21대 국회의 마지막에서 시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