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로 같이 뛰는 환율에 산업계 ‘긴장’

입력 2024-04-15 17:00 수정 2024-04-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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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장기화 시 생산단가 상승”
항공업계 “유류비ㆍ리스 비용 부담”
철강업계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할 것”

원ㆍ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1370원대를 넘어서는 등 연고점을 경신 중인 가운데, 중동 리스크 여파로 14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로 고유가 외에 환율ㆍ원자재값 폭등 등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을까 우려하고 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일 기준 전주 대비 22.6원 상승한 1375.4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기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이런 와중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 감행으로 중동 리스크가 심화하며 환율 오름세가 한동안 지속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예상이 나오면서 환율에 민감한 항공, 철강, 전자업계는 비용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환율 급등을 예의주시 중이다. 반도체 등 여러 품목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더 많은 만큼 환율 상승 국면은 단기적으로는 매출 증대와 수익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유가 상승 등 복합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파생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환율이 올라가면 소득이 많아지므로 단기적으로 실적이 향상될 수 있다”면서도 “유가 급등 등 파생 효과로 국내 기간 산업에 영향을 주면 결론적으로 생산단가를 상승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는 단기적으로는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항공유와 항공기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환율로 인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 중 유일하게 중동행 직항 노선인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지고 있지만, 해당 노선 운항 지난해부터 중단된 상황”이라며 “현재로써는 이스라엘과 이란 영공을 통과하는 노선도 없어 별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유가가 상승하면 유류비 등 비용 부담 늘어나고, 환율이 상승하면 항공기 리스 비용 부담이 커져 영향이 갈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간 지속하느냐 단기간에 끝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철강업계에서도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간 지속할 땐 환율 영향으로 원자재값이 올라 회사의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철강사가 사업계획을 세울 때 유가와 환율을 보수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다”며 “현 수준에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한다고 해서 철강사들이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준까지는 영향이 미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번 사태의 여파로 환율이 장기간 영향을 받게 되면 철강석, 석탄 등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철강업계 특성상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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