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 체제의 은행그룹이 시너지를 발휘하려면 최대 수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대에 동떨어진 규제가 금융사의 기업 가치를 낮춘다는 지적이다.
14일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그룹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책 및 감독 당국이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금융회사의 미래가 결정되고, 이는 기업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스위스 국제 경영개발대학(IMD)에 따르면 국내 금융 부문 경쟁력은 64개국 중 2022년 23위에서 지난해 36위로 하락했다. 은행 규제 준수 부문은 2022년 기준 63개국 중 35위로 인도, 대만, 칠레, 카타르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2018년까지 발표됐던 금융 및 은행규제의 공정성 부문은 평가대상 63개국 중 59위로 중국, 인도, 멕시코, 러시아, 아르헨티나보다 떨어졌다. 김 선임 연구위원은 “모든 규제를 철폐할 수 없지만 불필요하거나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 지주회사의 또 다른 저평가 요인은 낮은 수익성이 꼽혔다. 지난해 말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5조1000억 원으로 비슷한 규모의 글로벌 은행들의 67% 수준에 머물었다. 시가총액 합계 역시 같은 기간 국내 4대 은행그룹은 65조 원인 반면, 글로벌 은행그룹은 247조8000억 원으로 국내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평균 0.38배에 그친다.낮은 수익성과 규제로 주가 가치도 저평가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영향으로 국내 은행 지주회사도 저평가를 받고 있다. 4대 금융의 재무적 지표는 글로벌 40~76위권인 반면 비슷한 규모의 싱가포르의 DBS는 57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 선임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설립 취지를 감안할 때 국내 은행그룹에 대한 규제의 방향성은 전업주의 하에서 허용되는 최대수준의 규제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