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근무지서 100km 넘게 떨어진 지점 근무 권유하기도
법원 “계약 해지에 원고 과실 없어…롯데쇼핑, 손해배상해야”
롯데아울렛이 1년 계약을 맺은 샵매니저에게 4개월 만에 일방적으로 매장을 철수를 통보하자 법원이 “나머지 8개월 치 손해를 물어주라”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50단독(재판장 최미영 판사)은 샵매니저 A 씨가 롯데쇼핑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A 씨가 청구한 손해배상금 8500여만 원 전액을 롯데쇼핑이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 씨는 2021년 11월 롯데아울렛 진주점과 브랜드 B의 상품을 판매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내용의 업무 위탁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22년 11월까지 총 1년이었고, 월 매출 8000만 원 발생 시 수수료 11%를 지급하고 1억 원 초과시 1%를 추가 지급하는 등의 구체적인 판매수수료가 명시됐다.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A 씨는 2021년 12월, 2022년 1월ㆍ2월ㆍ3월까지 총 4개월간 매달 1100만~1200만 원 사이의 판매 수수료를 청구했다. 판매수수료 규정에 따라 역산하면 매월 1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계약 4개월 차에 접어든 2022년 2월 롯데쇼핑이 돌연 매장을 철수하겠다는 통보를 하면서 시작된다.
롯데쇼핑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3월 31일까지 매장에서 퇴거해달라”고 통보했고, 강제로 매장을 정리하게 된 A 씨가 근무하지 못한 나머지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을 법원에 구한 것이다.
롯데쇼핑 측은 A 씨와 합의 하에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A 씨가 카카오톡으로 “마지막 문제 없이 잘 마무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재고 조사나 물품 이동 등 실제 철수 절차에도 협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A 씨가 철거에 협조한 건 우월적 지위에 있는 롯데쇼핑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롯데쇼핑이 영업장소를 바꾸고 상품 판매가격을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A 씨 매출액을 조절할 수 있는 우월한 지위에 있는 만큼, A 씨가 계약 해지 통보나 매장 철수 절차에 대한 협력 요청을 거절하기는 어려운 입장이었다”면서 “A 씨가 명시적으로 계약 해지에 동의하는 의사를 표시한 적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특히 양측이 사전 작성한 계약서에 “매장 폐쇄, 영업정지 등이 발생한 경우 샵매니저의 ‘사전 서면 동의’를 얻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만큼, A 씨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쇼핑이 일방적으로 해지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봤다.
롯데쇼핑은 A 씨에게 대체 근무지를 제시하는 등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A 씨가 모두 거절해 성사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 역시 기각했다. 기존 롯데아울렛 진주점과 편도 100km 넘게 떨어진 롯데백화점 상인점을 근무지로 제시해 사실상 A 씨가 응하기 어려운 조건이었고, 한 달간 열리는 팝업 매장 근무 제안 역시 기존 A 씨가 지속할 수 있었던 1년 계약과는 형평에 맞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가 손해 감축에 협조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롯데쇼핑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정리하면서 "A 씨의 손해배상 청구에 이유가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