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구 공룡 기업 이케아가 가격 인하와 팝업스토어 확대, 배송비 개편 등의 카드를 잇달아 꺼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으로 국내 시장에서 2년 연속 실적이 악화한 데다 최근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경쟁업체 니토리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케아 코리아는 최근 가구 배송비를 제품 무게에 따라 세분화하는 배송비 개편을 단행했다. 25㎏ 미만 1만 원, 300㎏ 미만 3만 원, 600㎏ 미만 5만 원, 1000㎏ 미만 7만 원의 배송비가 전 지역에 적용된다.
기존 부피 5㎥ 기준으로 수도권 및 부산 2만9000원, 그 외 지역에 3만9000원을 적용한 것과 비교하면 최저 배송비가 2만9000원에서 1만 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수도권 및 부산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1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면 1~2일 이내에 배송을 보장하는 우선 배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앞서 이케아는 지난해 말 에케트 수납장, 스트란드몬윙체어, 말름 높은 침대프레임 등 300여 개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다. 올해에도 가격 인하 품목을 약 8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내 가구 기업들이 엔데믹 이후 가격 인상과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에 나선 것과 대조된다.
이케아가 제품 가격 인하와 배송비 개편에 나선 것은 지난 2년간 성장이 크게 둔화하면서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4년 한국에 진출해 가구업계를 뒤흔들었던 이케아는 성장세를 지속하다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역성장했다. 글로벌 소매 판매가 2022년 회계연도 446억 유로에서 2023년 회계연도 476억 유로로 신장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케아는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에 62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매출이었던 전년(6872억 원) 대비 9.44% 줄어든 수치다. 2023년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역시 60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7% 감소했다. 2023년 회계연도에선 영업이익이 26억 원으로 직전(219억 원) 대비 88% 급감했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하면서 가구 업계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최근 일본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가 한국에 진출해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이케아의 경쟁력 강화 정책에 불을 붙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니토리는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진출한 뒤 공격적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이마트 하월곡점에서 1호점을 연 데 이어 3개월만인 2월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2호점을 열었다. 니토리는 앞으로 서울 가양, 인천 연수, 경기 화성 등에서 접근성이 높은 대형마트에 잇달아 매장을 열 계획이다. 2032년까지 200개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이케아는 최근 팝업스토어 운영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대구 더현대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데 이어 올해는 더현대 서울에도 팝업스토어를 조성하며 소비자 접점을 키우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낮은 가격으로, 더 가까이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며 “동시에 디지털 솔루션 도입 등 옴니채널을 강화해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