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영풍 석포제련소의 유명무실 안전대책…이제는 회초리를 들 때

입력 2024-04-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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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갈등이 이슈가 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사안이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와 관련한 중대재해 사망사고 이슈다.

지난달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1972년생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1공장 냉각탑 청소를 하던 중 위에서 떨어진 석고 덩이에 맞은 것이 원인이 됐다.

사건 이후 영풍은 지난달 29일 ‘산재 사망사고 근절 특별관리 방안’을 내놨다. 안전 관리 시스템ㆍ예산ㆍ조직을 강화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즉각적인 설비 및 작업 방식 개선에 나서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영풍은 239명의 안전관리팀으로 구성된 ‘생명 지킴이’ 조직도 발족했다. 안전관리팀 내에 전담 인력 8명을 새롭게 충원하고 각 부서에서 118명, 협력업체 및 공사업체에서 112명을 생명지킴이로 지정해 현장에서 안전보건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영풍이 재발 방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풍은 이번 대책에서 안전 관리 예산 집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예산 편성 액수나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239명의 생명 지킴이 역시 기존 직원 및 하청 업체 차출을 제외하면 단 8명만이 사고 이후 새롭게 보강됐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에도 비소 중독사고가 발생해 3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이 사망했다.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영풍이 밝힌 실질적 개선 사항은 고작 8명의 신규 인력 고용인 셈이다.

문제는 인명 사고가 지난 몇 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 시민 단체와 주민들은 물론 국회에서도 10년 넘게 안전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경영진 자체가 개선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회사 측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에 석포제련소에서는 1997년부터 현재까지 노동자 13명이 숨졌다. 2년에 1명 꼴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석포제련소는 오늘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고 있다.

영풍 측에서 구체적이고 철저한 재발 방지 실행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식 대응만 계속한다면, 이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노동자 사망이라는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대구고용노동청을 비롯한 관계 당국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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