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빈 찬합’에 이탈한 개인, 다시 돌아오려면

입력 2024-03-28 14:36 수정 2024-03-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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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증시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7일까지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1조1303억 원 순매도했다. 특히, 21일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2조9098억 원을 순매도하며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경신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은 코스피 지수가 2022년 4월 이후 2년만에 2750선을 돌파한 날이었다.

개인 이탈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가 미진한 때 일본 증시, 미국 엔비디아, 가상화폐, 금, 채권 등 다양한 투자처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탈세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 밸류업을 띄우자 저 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과열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드디어 국내 시장에서도 ‘가치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막상 지난달 26일 공개된 ‘밸류업 프로그램’은 반향을 주지 못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속 빈 강정’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개인 이탈은 탄력을 받았다. 올해 초부터 2월 말까지 약 5조5000억 원을 순매도했던 개인은 이달에만 5조5000억 원을 추가로 순매도했다.

공교롭게도 이즈음 인터넷상에서는 ‘빈 찬합’ 밈이 인기를 얻었다. 조조가 순욱에게 빈 찬합을 보내자 “더 살아 무엇하겠더냐”라고 말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삼국지연의의 일화를 들어 기대보다 알맹이가 부실한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이 밈은 순욱을 살리기 위한 조조의 노력에도 순욱이 죽음을 택하는 내용으로 패러디되며 유행을 이어갔다. 가령, 찬합에 진수성찬이 담겨있어도 순욱은 “승상께서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뜻이구나”라고 반응한다. 찬합에 금은보화나 민트초코, 혹은 대놓고 죽지 말라는 쪽지가 담겨있어도 순욱은 어떻게든 자신이 더는 필요 없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순욱이 어떻게든 죽음을 택했듯이 개인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어땠든 이탈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겠다. 어떻게 개인을 만족하게 할 수 있겠냐는 푸념이다. 돈이 돌고 도는 만큼 개인이 파는 시기도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일면 타당하다.

다만, ‘밸류업’조차 테마가 되는 국내 증시 환경을 두고 “국내 증시 가치투자는 허상이며 물려도 해외 증시에 물리는 게 낫다”는 인식이 더욱 자리를 공고히 잡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가상의 창작이지만 ‘빈 찬합’ 시리즈 속 조조는 순욱을 살리기 위해 갖가지 방식을 동원한다. 순욱이 ‘더 살아볼까…’라며 생존을 택하는 결론으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개인의 이탈을 순욱을 보는 조조의 마음으로 볼 필요가 있겠다. 언젠가 '더 사볼까…'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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