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파동’에 흔들리는 강북을...“이번엔 다른당 찍겠다”[배틀필드410]

입력 2024-03-2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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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미아동 솔샘시장 입구가 보이고 있다. 정영인기자 oin@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솔샘시장 입구가 보이고 있다. 정영인기자 oin@

서울 강북을은 보수 정당에 ‘불모지’로 불린다. 강북구가 도봉구에서 분구된 이후 치러진 7번의 총선에서 모두 진보 정당 후보가 승기를 잡았을 정도다. 21대 총선에서 20대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박용진 의원은 2020년 총선 당시 64.45%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국민의힘 안홍렬 후보(34.71%)를 꺾었다.

그러나 호남 출신 주민들도 많아 ‘민주당 간판 달면 이긴다’는 말이 통용되는 강북을에 틈이 생겼다. 총선 후보가 2번이나 바뀌면서 지역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이 지역에는 친명(친이재명)계 한민수 대변인(55)이 전략공천됐다. 민주당은 당초 박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경선을 통해 경선에서 이긴 정 전 의원을 후보로 확정했으나, 그는 ‘막말’ 논란으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후 조수진 변호사와 박 의원이 전략경선에 나서 조 변호사가 후보로 결정됐으나 그 역시 ‘아동 성범죄 변호’ 논란 등으로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특히 전략경선에서 ‘전국 권리당원 투표 70%’라는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강북구민을 바보로 아느냐’란 비판도 받았다.

국민의힘에서는 ‘강북 토박이’를 강조하는 박진웅 후보(47)가, 새로운미래에서도 이석현 국회부의장(73)이 출마한 지역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강북을 민심을 듣기 위해 25일 미아동 숭인시장과 솔샘시장 등을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선 민주당의 공천파동에 실망했다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삼각산동에서 15년을 거주한 솔샘시장 내 정육점 사장 이모씨(59)는 “이번에 마음 이미 정했다. 국민의힘 후보 찍어줄거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우리 지역 사람이 뽑아야지, 무슨 전국구로 경선 투표한 것도 그렇고, 박용진 찍어내기 한 것도 너무 마음에 안 든다”고 강조했다.

텃밭이라고 너무 얕본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그는 “음식점에 오는 손님들도 너무 심했다고 한다”며 “물론 여기가 야당세가 강해서 투표가 어찌될 진 몰라도 여긴 나오면 된다는 인식이 강해서 노력 안한다는 이미지가 있고 그걸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솔샘시장에서 50년 동안 장사를 해온 80대 박모씨도 “선을 그어놓고 다 잡아놓은 물고기처럼 우리 지역을 보는 것 같아서 투표장을 가기까지 마음이 찝찝할 것 같다”며 “오래 민주당을 지지해온 지역 유권자로서 난감하다. 투표장을 가기까지 마음이 뒤숭숭할 것 같다”고 했다.

한 후보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20년을 미아동에서 거주한 맥주집 사장 정모씨는(60)은 “박용진 의원이 나왔다면 고민없이 마음을 정했을텐데 한민수 대변인은 잘 모르기도 하고, 아마 공약집이 오면 그걸 또 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이 임기 내 미아사거리 전철역 에스컬레이터 설치도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참 좋게 봤었다”며 “박 의원을 상당히 응원했는데, 민주당이 강북을 공천에서 너무 심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숭인시장에서 장을 보던 80대 장모씨는 “민주당을 몇십년이나 지지해줬는데 이게 뭐냐”며 “공천 파동에 주소지도 송파인 사람을 여기 후보로 내놓은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한 동안 제대로 이뤄낸 게 없는 것도 답답한데 이번 상황에 실망이 크다“고 했다.

정치에 대한 회의감에 투표장을 가지 않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숭인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70대 한모씨는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가 서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줘야 하는데, 그런 건 없이 서로 공천 두고 갈등만 하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최종 투표 결과는 결국 민주당일 거란 예측이 나왔다.

미아동에서 4년째 부동산을 운영 중인 60대 장모씨는 자신을 호남 출신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장씨는 “여기가 워낙 민주당 텃밭”이라며 “옛날부터 민주당 후보가 됐고, 이번에도 공천 파동이 있었지만 여기서 더 큰 이변이 없는 이상은 민주당 후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뉴스에 이 지역이 많이 나오는 것도 보고, 공천에 대한 보도도 보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결국 한민수 대변인이 후보가 됐고, 그렇다면 인정을 받았다고 느낄 것”이라며 “그 사람이 민주당의 얼굴이 되는 것이고, 다른 정당에서 나온 사람들은 되기가 어려운 지역”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텃밭인 만큼 국민의힘 박 후보와 새로운미래 이 후보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박씨는 “박 후보 유세 인사 하면서 몇 번 봤는데, 인상은 참 좋았는데 여기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이 후보가 누군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 후보가 영향력 없는 사람은 아닌데, 굳이 이낙연 당으로 가서 여기 나온 게 오히려 욕먹는 일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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