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급망기본법’ 치밀한 시행안을

입력 2024-03-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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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산 요소 수입에 두 번이나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중국은 자국내 생산량 부족으로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을 중단했다. 디젤 차량을 운행하려면 요소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물류 대란이 일어날 뻔했다. 당시 중국의 수출금지 조치는 자국내 생산량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2023년 한국은 요소 수입 문제에 다시 직면했다. 중국은 이번에도 자국내 생산량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번에는 이유가 조금 달랐을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당시 중국은 요소 해외 반출을 위한 통관을 보류했다. 보다 정확히는, 한국 요소수출을 위한 중국 현지 통관 검사를 모두 마쳤지만 선적을 중국 정부가 막았다고 한다. 이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로 보인다. 2021년처럼 자국내 요소가 정말로 부족했다면 통관 검사 단계부터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2023년 요소 수출금지 사태는 중국이 한미일 협력에 균열을 만들려고 한 것이 배경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한미일 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후 중국은 자신의 뜻대로 국제정세가 흘러가지 않는다고 당황했을 것이다. 그 대응으로써 한미일 3국 전체에 대한 강경대응이나 미국에 대한 일대일 직접적 대항보다 우선적으로 한국을 차별적으로 공략하고자 요소카드를 들고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수출통제 우려

다행히 한국은 2021년 첫 요소 사건 이후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했고, 2023년 요소 사태 때는 이를 가동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민간 요소 수입업체는 큰 비용 손실 없이 베트남에서 요소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다만, 2023년 요소 사태 때 다자대응플랫폼이 작동했는지는 의문이다. 2021년 첫 요소 사태 때는 경제안보나 공급망에 대한 개념정립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면, 2023년은 2년 동안 다양한 준비가 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2023년 상반기 G7에서는 경제적 강압에 대한 공동대응 플랫폼을 전격적으로 구축하기도 했고,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한미일 3국의 조기경보 시스템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2023년 요소 사태 때 한국은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보다는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2번 공급망 필라, 캠프데이비드에서 합의된 한미일 공급망 조기경보(EWS) 협력, 나아가 G7+ 차원의 공동 대응 등 다자대응플랫폼이 실제로 활용됐다면 중국에 분명하고도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었다.

공급망 압박에 공동대응플랫폼 활용을

리투아니아, 대만 등 최근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강압을 경험한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 중국이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수입중단 조치를 취했던 사례다. 그러나 중국이 수입을 중단했을 때보다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품목을 수출 금지하는 형태로 경제적 강압책을 펼쳤을 때 상대국가는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우리의 요소 사태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는 큰 틀에서, 잠재적인 경제적 강압 조치 가능성에 대비하여 자체적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추진하고, 동시에 경제적 강압 조치가 애초에 발동하기 어려운 국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작년 말 국회가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을 제정한 것은 상당히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상반기 시행계획의 면밀한 수립을 통해 보다 전략적인 대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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