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급구’ 합니다”...반도체·배터리 인력 모집 ‘사활’ [스페셜 리포트]

입력 2024-03-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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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대학교 유회진 학술정보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이공계 채용박람회' 현장부스 (사진=유진의 기자)
▲7일 서울대학교 유회진 학술정보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이공계 채용박람회' 현장부스 (사진=유진의 기자)
국가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산업인 반도체·배터리 업계가 인력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른 산업 대비 전문 기술과 높은 숙련도가 필수인 첨단 산업 특성 상 인재 확보는 최우선 과제다. 미리 인재를 육성하고 선점하지 않으면 적기에 인력을 투입할 수 없고 빠르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1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기술 인재 영입전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는 대기업·중소기업, 신입·경력 할 것 없이 인재 모시기에 한창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회장이 올해 첫 경영 행보로 명장 간담회를 열었을 정도로 고급 인재 발굴과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명장 간담회를 가진 뒤 이재용 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명장 간담회를 가진 뒤 이재용 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은 그룹 계열사 19개사에 대한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DS) 부문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반도체 공정기술 및 공정설계 △생산관리 △영업마케팅 △인프라기술 등 전체 17개 직무에서 폭넓게 뽑는다. 전 계열사 신규 채용 규모는 1만 명대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전 사업군에서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DS 부문의 경우 12개 사업부에서 모집 직무가 800개 이상에 달했다.

▲7일 서울대학교 유회진 학술정보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이공계 채용박람회' 현장부스 (사진=유진의 기자)
▲7일 서울대학교 유회진 학술정보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이공계 채용박람회' 현장부스 (사진=유진의 기자)

그간 삼성전자는 필요할 때마다 경력직을 수시로 채용해 왔다. 이번처럼 신입과 경력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데, 그만큼 인재 수혈이 시급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스타트업 역시 인재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 리벨리온은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달 수십 명 규모의 집중 채용을 진행했다. 2020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대규모 채용이다.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AI 반도체 소프트·하드웨어 엔지니어뿐 아니라 사업전략·회계·인사 등 모든 직군을 아우른다.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배터리 업계도 공격적으로 연구개발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차세대 배터리, 신규 폼팩터(형태) 개발 등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차세대 배터리 팩 설계’와 ‘차세대 셀 개발’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 ‘꿈의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항공에 활용되는 리튬황 배터리 사업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역시 연초부터 채용문을 열어뒀다. SDI연구소는 하이니켈 양극재, 급속충전 음극재, 전고체 극판, 전고체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 경력직 모집을 진행한다. 소형전지사업부와 중대형전지사업부에서는 셀 설계와 공정 기술 개발 인력을 수시 채용한다.

이달 11일부터는 △배터리 공정·설비 개발 △셀·소재 및 전자재료 개발 △배터리 팩·모듈 개발 △배터리 평가 및 공법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 및 품질 관리 △안전환경·인프라·건설 △영업마케팅, 경영지원 등 9개 분야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SK온은 지난달 15일부터 셀 개발 관련 경력 및 신입 박사 채용을 시작했다. 우대사항으로 원통형·각형 셀 개발 경력 보유를 명시했다. 경쟁사보다 뒤늦게 폼팩터 다변화에 나선 만큼 ‘업계 최고 대우’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모의면접을 진행한 SK온. (사진제공=SK온)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모의면접을 진행한 SK온. (사진제공=SK온)

이달 6~8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4’ 전시회에서 함께 진행된 채용 연계 행사 ‘배터리 잡페어’에도 참여해 회사를 알렸다.

한국배터리협회에 따르면 전시회 기간 3500여 명이 배터리 잡페어를 찾았다. SK온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모의 면접 이벤트를 열어 취업준비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경쟁사 간 인력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연구개발(R&D) 조직 ‘SK HNA’는 올해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경쟁사의 고급 인력들을 대거 영입했다.

SK HNA는 지난해 12월 수석 테스트 엔지니어에 인텔 출신의 존 시플렛을 영입했다. 그는 11년 간 마이크론, 인텔 등에서 메모리 테스트, 품질 확보(QA), 검증 등 분야에서 활약해온 낸드 전문가로 알려졌다. 인텔 선임 수석 엔지니어 출신 리처드 패스토 역시 같은 시기 영입됐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직 연구원을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이 지난 7일 법원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전쟁에서 군사 기밀이나 군 병력이 유출되면 승리하기가 어렵다"며 "인재 영입 못지 않게, 개발된 핵심 기술과 인력의 유출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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