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끝내고 2~3개월간 리뉴얼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올해 7월을 끝으로 사실상 백화점 영업을 종료한다. 1995년 개점 이후 약 29년 만이다. 기존 백화점 건물은 2~3개월에 걸쳐 공사를 진행, 신개념 유통 채널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신세계·롯데백화점과 부산 지역 내 백화점 매출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자, 업태 변경을 통해 새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한때 현대백화점은 부산점의 ‘아울렛 전환’을 유력 검토했으나, 내부적으로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해 일단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7월 31일까지 운영한 뒤 백화점 영업을 모두 종료한다. 8월부터 기존 건물 내외부 공사를 거쳐 새로운 형태의 업태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주요 브랜드의 계약 기간은 7월 31일 종료되며, 연장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백화점은 추후 MD(Merchandising display, 상품 진열 및 브랜드 전시) 계획을 확정한 뒤, 기존 브랜드와 재계약 또는 신규 브랜드 유치를 준비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부산점 백화점 영업을 종료한 이유로는 ‘매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1995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국내 유통업계 ‘빅3(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 중 부산 지역에 가장 먼저 출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연고지인 부산에 현대백화점이 최초 입점한 것을 두고 롯데가 자존심을 구겼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상징적 의미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조선방직 앞’ 번화가로 유명세를 떨치던 범일동 상권 쇠락과 ‘세계 최대 백화점’ 기네스 기록을 세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개점 등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실적 침체 늪에 빠졌다.
2000년대 들어 부산지역에서만 현재까지 총 4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과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2009년 신세계백화점이 약 29만여㎡(8만8000평) 규모의 센텀시티점이 해운대구 우동에 문을 열면서 현대백화점의 부산 지역 내 존재감은 급격히 작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2013년에는 ‘3대 해외명품’으로 통하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루샤)’마저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모두 철수, 명품 백화점다운 경쟁력은 더욱 약화됐다. 이후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2014년 총 110억 원을 투입, 백화점 영업 매장과 고객편의시설 등 대대적 리뉴얼을 단행했지만 지금까지도 실적 반등은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부산 지역에서는 신세계·롯데·현대가 ‘백화점 3파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이 점포는 부산 지역 백화점 내 유일하게 ‘에루샤’를 모두 확보했다. 여기에 스파랜드, 골프연습장, 아이스링크 등 체험 콘텐츠도 대거 마련해 유동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설 자리를 잃은 현대백화점은 7월 말까지 백화점 영업을 종료하되 리뉴얼을 새로운 유통채널로 바꿀 계획이다. 기존 백화점 리테일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범일동 대학가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신촌점과 유사한 ‘유플렉스’ 등 한층 젊어진 유통채널로 변신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부산 지역에서 입지가 워낙 좁아진 데다, 입점 브랜드부터 콘텐츠까지 타 백화점에 비해 밀려, 타개책으로 업태를 바꾸려는 것”이라며 “소비 양극화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아울렛 전환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최근 방향을 선회해 가성비를 중시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층을 겨냥해 새 유통채널로 변모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도 “부산점은 7월 말까지 영업한 뒤, 2~3개월간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후 재개점을 통해 기존 점포보다 점포 경쟁력을 높이고,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점포 형태와 관련해서는 “기존 백화점에 새로운 개념을 추가하거나 상권을 고려한 신개념 업태로 변경하는 등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현재로선 아울렛 형태의 운영방식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