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중독 보고서④] 팬덤 정치 중심에 선 유튜브, 올해 총선 변수되나

입력 2024-03-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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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국회의원 10명 중 9명 유튜브 의정활동
편향된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 정서적 양극화

유튜브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오는 4월 총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튜브가 정보 전달의 순기능보다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팬덤정치의 구심점 역할이 부각되면서 사회적 정서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와 유튜브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전체 국회의원의 10명 중 9명이 유튜브를 통해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고,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은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전후로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으로 550개를 훌쩍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유튜브 이용자들이 알고리즘 때문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는 점이다. 기존에 시청한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들은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접한다. 이 과정에서 진실로 믿게 되는 경우도 생겨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번 총선에도 유튜브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정파적으로 편향된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이 정서적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50~60대들도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대부분 보고 싶은 부분만 본다”면서 “정보를 편향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편향적 판단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정치 유튜버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거기에 의존하는 정치인들도 굉장히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지난해 8월 구독자 상위·영향력이 높은 진보(40개)와 보수(40개) 유튜브 채널 총 80개가 1년간(2022년 5월~2023년 8월) 내놓은 동영상 10개, 총 800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정치·시사 채널임에도 이들 채널이 정책적 이슈를 다루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정적 프레임을 다루는 비율이 진보·보수 채널 모두 75.5%로 매우 높았으며, 감정적 프레임 비율 23.4%도 높게 나타났다. 정책적 프레임은 1.1%에 그쳤다. 또한, 진보·보수 채널 모두 사실 전달 비중이 7.2%에 그쳤지만 이해 관계자(정치인)에 대한 비판 비율은 79.1%에 달했다. 사실 축소·누락·왜곡 비율은 1.1%였다. 이들 정치 채널 동영상의 정보품질에 대한 분석에서는 전체적으로 오정보 포함 비율이 10% 미만으로 낮은 편이었으나 상대적으로 오정보 포함 가능성 있는 비율은 42.1% 비율로 높게 나타났다.

정치 유튜브가 극단으로 가는 것은 결국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상당수 정치 유튜브 채널이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포장된 극단적 발언이나 음모론 등을 담은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를 끌어모은다. 이 과정에서 내 편이 아니면 ‘악’으로 몰아붙이는 배타적 팬덤 문화가 형성되고, 이렇게 끌어모은 구독자 수는 수입으로 직결된다.

유튜브 통계분석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해 국내 슈퍼챗 수입 상위 10개 중 4개가 정치 유튜브 채널이었다. 이들 중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지난해에만 4억9304만 원의 수입을 올려 정치 채널 중 가장 많은 수입을 기록했다. ‘떴다! 개총수’는 4억1411만 원으로 2위를, 이큐채널은 3억5447만 원의 수입을 올려 3위를 기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유튜브가 도입될 초기에는 쌍방향 소통 수단이었는데, 이제는 극단적으로 팬덤의 소식을 퍼 나르는 지휘소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공식 (소통) 채널처럼 예비 후보들이 특정 유명 채널에 (출연하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속성상 돈을 벌기 위해 극단적인 발언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 나르는 게 문제인데, 정치권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가 강성 지지층의 정서적 양극화를 부추길 수는 있으나 중도층 표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유튜브를 찾아보지만, 중도층 사람들의 상당수가 (정치 유튜브를) 거의 보지 않는다”면서 “유튜브에 총선이 좌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팬덤 정치와 연관이 깊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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