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은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특히 중요한 때이다. 이 시기에 또래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은 심리적인 발달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표가 된다. 혹 이 시기의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부모와 떨어지는 걸 극도로 불안해 한다면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감정의 조절은 결국 학습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적응을 위해서는 대소변 가리기와 같은 신체조절, 읽기와 쓰기를 위한 인지 발달, 자리에 차분하게 앉아있기와 같은 조절능력, 기본적인 위생관리 능력 등이 있어야 한다. 또한 부모와 떨어져서 낯선 어른과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하고, 또래와 어울릴 수 있어야 하고, 이런 모든 과정에서 충동을 조절하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따라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친구를 잘 사귈 수 있도록 돕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발달단계에 맞는 기본적인 능력들을 아이가 갖출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또래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감정이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원하는 것이 바로 이뤄지지 않아도 기다릴 수 있는 능력, 학교와 교실의 규칙을 지키고 따를 수 있는 능력 등이 필요하다.
평소에 아이의 마음을 많이 읽어주고, 아이가 학교에서 경험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하고, 단체생활의 규칙과 예의범절을 가르치면서 적절한 훈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친구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부모가 노력해서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도 초등학교 1학년 때엔 필요할 수 있다. 학급 모임에 참여하고, 학급친구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방과 후 활동에는 아이가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아이가 편하게 생각하는 같은 반 친구를 초대해 일대일 놀이시간을 만들어주거나 놀이터에서 어울리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는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혼자 노는 경향이 있다. 이런 어린이는 같은 반 친구들 중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찾아 일대일 놀이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게 하면 도움이 된다.
김효원 교수는 “방과 후 수업이나 운동, 그룹활동 등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늘려주면 좋다”며 “간혹 우울하거나 불안한 아이,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집단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어 위축된 아이, 드물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고기능 자폐증이 있는 아이의 경우는 놀이치료, 정신치료, 사회기술훈련 등이 도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격이 밝고 에너지가 많아 친구들에게 먼저 말도 잘 걸고 쉽게 친구가 되지만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아이 중에는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친구의 사소한 장난에도 크게 반응해 싸우거나, 행동이 크고 거칠어서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에게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법, 놀이의 규칙을 알려주고 차례를 기다리는 법 등을 가르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지도해야 한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다면 가정에서의 행동 수정 외에 약물치료나 사회성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요즘은 ADHD나 고기능 자폐증이 아니어도 다른사람의 감정, 생각, 입장을 이해하는 사회적 인지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형제나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적다보니 이런 사회적 인지 기능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기회가 적은 탓이다.
김효원 교수는 “이런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 아이의 기분은 어땠는지, 상대편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지, 다른 가능성은 없었는지, 상대편의 기분은 어땠을 것 같은지, 어떻게 행동하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지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