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낸 소송의 첫 심문기일을 앞두고, 두 형제 측과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측과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21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한미정밀화학 대표)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의 심문을 진행한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법무법인 지평을, 한미사이언스는 법무법인 화우를 각각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에 전격 복귀하겠단 의사를 밝힌 후부터 양측의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날 임종윤 사장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가순자산비율(PBR) 3.64배 수준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는 OCI와의 기업 인수합병 이후 국내 주요 상장사 평균 PBR인 1배 미만으로 하락할 수 있고, 이때 주가가 현재 대비 50% 수준인 2만 원대 초중반으로 하락할 우려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가 OCI로 피인수합병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의 지위를 상실하고 결합 법인의 중간지주회사로 전락하면 벌어질 일이란 설명이다.
또한, 임종윤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PBR은 코스피 헬스케어 기업들의 평균(3.55배)보다 높지만, 국내의 주요 중간지주회사들은 지주회사 할인 요인으로 대부분 1배수 이하로 저평가받고 있다”라면서 “복잡해지는 의사결정 구조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신 증대로 PBR이 현재 대비 50% 수준까지 할인될 수 있다”라고 덧붙이며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가져다줄 수 있는 여파를 강조했다.
전날에도 임종윤 사장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번 통합 결정이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상속세 납부 등 모녀의 사익을 위해 진행되고 있단 주장을 강화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유증신주발행가액은 3만7300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지분 매도 가격은 3만7000원으로 지난달 11일 종가인 3만7300원과 비슷하다. 따라서 통합절차를 이대로 완료하면 OCI홀딩스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고도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에 오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그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한미약품그룹은 “경영권 매각 없이 각자 대표 체제로 한미와 OCI의 경영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이번 통합의 취지를 왜곡한 악의적 내용”이라며 “허위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행위는 법적인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양 측의 공방은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자신들과 자신들이 지정한 4명의 이사 후보자가 한미사이언스의 새로운 이사로 선임되도록 하는 안건을 정기주총에 상정해 달란 내용으로 주주제안권을 행사, 양 측의 표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현재 두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8.4%, 송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은 31.9%로 3.5%의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