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첫날인 20일, 대학병원들은 가용 인력을 동원해 기존 환자를 우선으로 소화하며 진료를 지속했다. 다만, 신규 입원과 수술 일정은 무기한 연기되면서 당분간 환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시 내 ‘빅5’ 병원 가운데 가장 먼저 집단 사직이 시작된 세브란스병원은 외래진료를 지속하면서 신규 입원, 수술을 최대한 미뤘다.
보건복지부 현장점검 결과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약 600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일제히 근무를 중단한다고 결정했지만, 병원 측은 “실제로 출근을 하지 않은 인원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신규 입원과 수술은 대부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병원 측은 지난주부터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이 예상되자 입원 및 수술이 예약돼 있던 환자들에게 취소·연기 통보를 보냈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근무 중인 인력으로는 예정된 수술을 기존과 같이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잡혀있던 수술 일정은 최대한 2주 뒤로 미뤘다”라고 말했다. 그는 “2주 뒤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3년을 기다린 수술이 하루아침에 무산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산본에 거주 중인 D 씨는 “아이가 9개월에 간헐적 외사시 진단을 받고 세브란스병원에서 48개월이 넘는 시점인 올해 2월 20일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라며 “병원에서 파업을 한다며, 3년을 기다려온 수술을 3일 전에 전화 한 통으로 취소해버렸다”라고 토로했다.
D 씨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다음 수술 기회가 있을지 등 향후 치료에 대해 아무것도 안내받지 못했다”라며 “병원 측의 무책임한 말에 화가 나고 막막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흐름에 환자 가정이 직격타를 맞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외래 진료와 기존 입원 환자들은 아직 파업으로 인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교수들은 병원에 남아 근무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다만, 일부 진료실 앞에는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었다.
안과 병동에서 만난 환자 A 씨는 “당뇨가 있어 피를 뽑고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오늘 예상했던 것보다 1시간 이상 더 대기한 것 이외에는 검사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라며 “예약이 뒤로 밀리거나 취소되는 일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병원 본관 로비에서 만난 입원 환자 B 씨는 “신장이 좋지 않아서 며칠째 입원 중인데, 평소와 다름없이 오늘 아침에도 같은 의사들이 회진을 돌았다”라며 “치료도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들었다”라며 안도감을 표했다.
정기적으로 내원하는 환자도 별다른 문제 없이 진료를 받았다. 병원 본관 병동 앞에서 만난 환자 C 씨는 “피부 질환이 있어 2주마다 병원에 오고 있는데, 오늘 담당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고, 다음 진료도 예정대로 진행된다”라고 말했다.
암 병동 앞에서 만난 간암 환자의 보호자는 “다른 병원들이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들어 걱정했는데, 오늘 예약했던 항암 치료를 제시간에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지속된다면, 당분간 입원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교수와 전임의(펠로우)들은 기존과 같이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과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취소된 수술 일정을 언제 다시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