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투자확대에…작년 IPO 기업 78% 영업익 하락

입력 2024-02-18 14:04 수정 2024-02-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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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이차전지 업황 악화
사업 확장하며 적자폭 늘어
일부는 IPO 실적목표 못미쳐

▲그래픽=이진영 기자 jy1010@
▲그래픽=이진영 기자 jy1010@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실적이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과 이에 따른 업황 악화 혹은 연구·개발(R&D)과 인력 충원에 따라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IPO를 통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리츠, 스팩 제외) 82곳 중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6일 기준 51곳이다. 이 중 40곳(78%)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기업은 12곳이다.

반도체 관련 기업은 대부분 실적 감소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타격이 크게 작용했다.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는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225억 원, 영업손실 568억 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60.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파두는 2분기와 3분기 합산 매출이 4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파두는 “낸드 업황 악화와 주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고객사 수요 하락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연구인력 증가 및 신제품 개발 비용 증가로 판관비가 상승해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통신 반도체 설계 기업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7%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자람테크놀로지는 통신 및 반도체 전방산업 침체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무선통신 반도체 기업 쏘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8% 감소했고,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전문기업 에이엘티 역시 39% 줄었다. 퀄리타스반도체 역시 영업손실 1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을 늘렸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도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매출액이 43.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7.5% 급감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판매량 증가에 따라 매출이 증가했다”면서도 “원재료 메탈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필에너지 역시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9% 줄었다. 이차전지 고객사 라인 투자 증가에 따라 매출은 확대됐으나 신규장비 연구개발비와 인건비 등에 따른 비용이 늘었다는 것이 필에너지 측 설명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환사채 파생상품 평가손실에 따라 적자전환했다.

콘텐츠 기업도 고전했다. 웹툰 제작사 와이랩은 지난해 영업손실 48억 원을 기록해 2022년 영업손실 4억 원 대비 적자 폭을 늘렸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96억 원 감소한 201억 원으로 집계됐다. 와이랩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영상콘텐츠 제작 일정과 웹툰 연재 일정 연기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공시를 통해 설명했다. 스튜디오미르 역시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8%, 73.2% 줄었다.

전년 대비 실적이 저조한 기업 다수는 전방 산업 업황 악화 등과 더불어 사업 확장을 위한 시설투자와 인력 증원 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일부 기업은 IPO 추진 당시 매출액 혹은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제시했으나 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와이랩은 지난해 7월 IPO 추진 단계에서 흑자전환을 시도한다고 밝혔으나 적자폭이 확대됐고,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해 3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치에 못 미친 실적을 거뒀다. 컨텍 역시 올해 흑자전환을 전망했지만, 사업확장 비용 증가로 오히려 적자가 확대됐다. 프로티아(구 프로테옴텍)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률 20% 돌파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영업이익이 줄며 목표치를 밑돌았다.

한편, 금융당국은 IPO 기업의 예상 실적과 실제 실적 간의 괴리를 줄이는 등 실적 산정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판단 근거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달 ‘투자위험 기재요령 안내서’를 개정해 IPO 증권신고서 ‘투자위험요소’에 증권신고서 최초 제출일 직전 달까지의 매월 잠정 매출액과 영업손익, 이에 더해 잠정실적이라는 사실과 향후 감사받은 확정실적과의 차이발생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 유의사항 등을 기재하고, 증권신고서 최초 제출 이후 상장 전까지 회사의 재무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업환경 변동 전망을 명시하도록 작성 지침을 보완했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는 IPO 기업들에 심사 후 상장 전까지의 매출 정보를 투자자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 공시 계획을 제출받아 확인하기로 했다. 또한, 투자자들이 기업이 제시한 예상 매출에 관한 판단 근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상장심사 자료로 제출되는 ‘시장성 의견서’를 주관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이에 더해 기업들에는 ‘낙관적·중립적·보수적’ 등 시나리오별 예상 매출액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투자자에게 알리게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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