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 판사)는 유족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청구에서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생전 원주지역의 한 신협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여·수신업무를 총괄한 지점장 B씨는 2019년 5월 미생물에 의해 심장판막과 주변 조직에 염증이 발생하는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한 B씨의 배우자 A씨는 2021년 1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이를 지급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사망한 배우자 B씨가 신협 지점장 영업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곳에 출장을 가는 등 외부 영업활동이 잦아 감염성 심내막염을 일으킬만한 위험인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배우자 B씨가 사망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59시간 이상으로 길었고 휴일도 부족했던 만큼 업무상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질병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망한 B씨가 신협 지점장으로서 농산업·축산업 등을 운영하는 사람을 만나 비위생적인 곳을 종종 방문했다는 증언이 있기는 하지만, 감염성 심내막염과 인과관계를 형성할 만큼 반복적으로 병원균에 노출됐다고 보기에는 의문스럽다고 봤다.
사망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노동시간도 A씨가 주장한 59시간 아닌 근로복지공단이 산정한 51시간으로 판단했다. 이는 B씨의 퇴근 후 업무용 노트북 사용시간, 주말 대학원 강의 수강시간 등을 노동시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퇴근 후 업무용 노트북에 로그온 돼 있는 시간을 전부 업무시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개인의 자기계발 측면이 있는 대학원 강의와 관련해 그 수강시간이나 학교에 가는데 소요된 시간을 모두 업무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도한 음주가 감염성 심내막염 발병의 주요 위험요인 될 수 있다’는 법원 감정의 의견도 이번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B씨가 약 30년간 하루 평균 15개비의 담배를 태운 흡연자라는 점, 회당 10잔 이상의 술을 마시는 음주를 1주일에 3회 이상 하는 습관이 있었던 점을 들어 적절한 건강관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