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각각 신당 깃발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들의 존재가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연대 가능성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일부 의원들과 물밑 접촉하며 불출마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야권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전날 조국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를 띄우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들어갔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조 전 장관은 "총선 시대정신은 검찰독재정권 심판"이라며 "원내 제3당이 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국신당에는 문재인 정부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박은정 광주지검 부장검사 등 영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옥중 창당'으로 이목을 끈 송 전 대표도 전날 신당명을 민주개혁당으로 확정했다. 송 전 대표 측은 "현역 국회의원 5명 영입이 확실시된다"며 "당의 선명성에 찬동하는 의원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내달 1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당은 총선 목전에 등장한 조·송 신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앞서 민주당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민주연합) 추진단장인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의 독자적 창당은 국민의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시킬 것"이라며 "선거연합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사법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당을 창당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길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어 동의하기 어렵다"며 "송영길 신당도 조국 신당과 마찬가지로 같이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추진하는 범야권 비례정당과의 연대 여부와 별개로 조·송 신당이 당의 자매정당으로 인식되는 만큼, 이들의 사법리스크와 도덕성 논란이 윤석열 정권 심판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도부가 단호하게 배척한다면 모를까, 단순히 우리 당이 아니라는 식으로 어정쩡하게 있으면 국민은 민주당과 조국·송영길을 같은 집단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정권 심판 전선은 당연히 흐트러진다. 100% 총선 악재"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인물교체를 예고한 이 대표는 지난 설 연휴를 전후로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구체적 내용과 거취 등 향후 계획을 물었다고 한다. 돈 봉투 의혹을 받는 의원은 20여명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일부 의원에게 불출마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신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단합과 연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우리 국민의 눈높이"라며 에둘러 선을 그었다.
지난 13일 밤엔 이 대표가 조정식 사무총장·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 등과 뇌물 수수 의혹으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 등의 컷오프(공천 배제)를 비공식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노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공식 논의 구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결정적 내용의 논의를 하고 언론에 알리면 시스템 공천을 부정하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반발했다.
'비위 교통정리'에 나선 이 대표가 정작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송 전 대표는 물론 돈 봉투 의혹을 받는 의원 대부분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야당 탄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 위법 혐의를 받는 이 대표도 사실상 같은 입장인 만큼, 재판 자체를 이유로 의원들에게 불출마를 권고할 경우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