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까지 업황이 매우 좋았던 현대자동차는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역대급 실적을 공시했지만 2024년 목표판매량은 424만 대로 2023년의 목표 432만 대보다 8만 대를 줄였다. 수출은 2023년 판매량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지만, 내수 판매량은 2023년도 실제 판매량 76만 대보다 적은 70만 대로 예상했다.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실제 1월 판매량을 집계해서 공시한 자료를 살펴보면 현대차는 국내에서 약 5만 대, 해외에서 27만 대 정도를 팔았다고 한다. 이는 2023년 12월 대비 각각 12%, 5% 감소한 것으로 출발부터 좋지 않아서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자동차 판매량이 줄면 후방에 있는 자동차 부품기업이나 철강, 화학, 플라스틱, 유리 등 산업도 영향을 받게 되니 후방산업에 대한 투자도 망설여지게 된다. 단, 현대차나 기아의 경우 전체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기 때문에 해외 경기를 잘 살펴야 한다. 내수 판매량이 줄어도 미국이나 인도 같은 주요 수출국의 경기나 경제성장률은 괜찮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대호황을 누렸던 조선업도 올해 예상이 썩 좋지 않다. HD현대중공업은 1월 3일에 2024년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를 통해 올해 목표 수주액을 95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2023년의 목표 수주액 119억 달러보다 20% 적다. 2023년에는 목표 수주액을 30% 초과한 154억 달러나 달성했는데 올해는 95억 달러로 제시했으니 전년도 실제 수주액 대비 38% 넘게 감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시 조선기자재나 철강, 화학 등 후방기업들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해 목표실적을 늘려 잡은 곳도 있다. 시가총액 3, 4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렇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약 4~6% 성장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 32%보다는 매우 낮다. 즉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은 여전하겠지만, 성장률은 크게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에 매출액이 23% 정도 증가했지만 2024년은 12%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역시 이 업계도 성장은 하지만 성장률은 둔화할 것 같다. 그래도 성장은 하니까 다른 업종보다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냉정한 곳이다. 성장주로 분류되었던 종목의 경우 이미 기대감으로 상승했는데 이렇게 성장 폭이 둔화되어 버리면 주가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탄다.
특히 후방기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전방산업이 성숙기나 쇠퇴기로 넘어가면 후방기업들의 실적은 더 크게 꺾이고 주가 하락도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투자에 앞서 해당 기업의 밸류체인을 이해해야 하는 것도 그 이유인데 올해는 좋지 않은 예상들이 많이 나오니 꼭 전방기업들 전망 분석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다.
많은 대기업이 올해는 작년보다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산업을 가장 잘 아는 대표 기업들조차 이렇게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니 개인투자자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늘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다시 좋아질 날이 올 것이다. 단 그때까지는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관심 있는 섹터가 있다면 DART에 들어가서 기업들의 관련 공시를 한 번 검색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