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우주 등 5~10개 신산업에 국가역량 집중해야"
1호 법안 '자원기본법' 준비…공급망 재편 대응차원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9호 인재로 영입된 공영운(59) 전 현대자동차 사장은 소위 '흙수저' 출신이다. 공 전 사장 아버지는 경남 산청의 산골에서 일평생 농사를 지었다. 가난한 형편에 집안일을 돕는 것은 당연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문화일보 기자를 거쳐 현대차 전략개발팀장으로 전직했다.
이후 해외정책팀 신설·글로벌연결망 구축 등 좋은 성과로 이어진 전략기획·글로벌 혁신 역량을 발휘하며 전략기획담당 사장에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사장직을 내려놓은 뒤 지난해 1%대 저성장을 우려하던 차에 민주당의 제안을 받고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주 종목인 경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핵심 법안을 통해 국가 경제성장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 공 전 사장의 구상이다. 비례대표 제안도 있었지만, 수도권 지역구에서 금배지에 도전할 계획이다.
공 전 사장은 6일 국회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해도 부가가치가 높은 혁신 산업을 일으켜야 하는데 최근 들어 신산업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상징적인 것이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축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10배는 더 강력하게 지원해서, 신기술로 저성장 활로를 뚫고 일자리와 경제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업계의 기를 죽이는 정책으로는 미래의 돌파구를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혁신 성장' 대책에 대해 공 전 사장은 "전 세계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신산업·신기술을 분석해 승산이 있는 5~10개 분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데이터사이언스, 우주 산업 등을 거론했다. 이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몇 개 분야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 로드맵을 만들어 끝까지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1호 법안'으로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광물·원자재 등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자원 기본법'을 제시했다. 그는 "역대 정부가 자원 외교를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 싹 뒤집어엎는 것을 반복했다"며 "정부가 어떻게 틀을 잡고 어떤 제도로 뒷받침해야 하는지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갈 수 있는 '기본 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는 가급적 줄이고, 규제보다는 혁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공 전 사장은 "국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몇 개의 법안을 내고 싶다. 규제보다는 신산업 분야가 더 앞으로 나아가고 혁신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서 "법안은 많이 발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공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정치를 결심한 이유는.
"4개월 전(2023년 10월)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인지 의문을 가졌다. 나보다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많으니 기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 같았다. 당에서는 내게 많은 경험이 있는 경제·산업 분야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설득했고,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전문 분야에서 좋은 역할을 해서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
-반기업 이미지가 있는 민주당 입당에 부담은 없었는지.
"부담은 없었다. 그런 프레임이 일부 있긴 하지만, 최근 경제성장률 3% 목표를 선포했고 성장을 위한 기업의 중요성도 다시 인식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은 민주화와 공정한 분배 등 나름대로의 시대적 화두를 이끌었다. 유능한 분이 많이 모인 당이니 경제성장이라는 담론으로 힘을 모은다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민주당에서 그런 힘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은 어떻게 봤나.
"노동자가 경제활동을 하고 기업에서 사업을 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뭘까. 모든 경제 주체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움직인다. 그런데 생명의 위협을 방치한 상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사업주든 노동자든 누구도 원치 않는다. 안전장치 강화 문제를 사업 규모에 따라 늦추자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인정한다. 다만 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 번씩 획기적인 모멘텀(동력)이 필요한 때가 있다."
-저성장의 근본적인 원인은.
"직접적인 이유는 인구 감소다. 젊은 층이 감소하면 잠재 성장률은 떨어지고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노동·자본 총 투입량이 줄어들면서 저성장에 갇힌다. 신산업에서 동력을 찾아야 한다.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해도 부가가치가 높은 혁신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그런 정책을 펼친 덕분에 성공한 산산업 분야가 있고 일자리도 많이 생겼지만 최근들어 신산업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상징적인 것이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축소다.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10배는 더 강력하게 지원해서 신기술로 저성장 활로를 뚫고 일자리와 경제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업계의 기를 죽이는 정책으로는 미래의 돌파구를 만들 수 없다."
-'혁신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2개의 축이 필요하다. 먼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전통 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키운 반도체, 바이오 산업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필요한 산업이다. 산업 자체에 혁신의 옷을 입히면 완성품을 만드는 회사는 물론 수백 개 협력사도 크게 성장한다. 그러면 전통 산업에서도 창의적인 업무와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진다."
"다음은 우리나라에 아직 없지만 새롭게 태동할 신산업을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싹은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우선 전 세계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신산업·신기술을 분석해 우리가 승산이 있는 5개~10개 분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많은 산업이 있지만 모든 분야에서 다 세계 1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붙은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데이터사이언스, 우주 산업 등을 꼽을 수 있다.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몇 개 분야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 로드맵을 만들어 끝까지 붙어야 한다."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10년 새 미국과 유럽·일본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다수 혁신 기술이 미국에서 일어났고 산업으로 전환됐다. 미국 7대 빅테크 기업 시가총액이 유럽의 주요 기업을 다 합친 것보다 높다. 미국은 기술 혁신으로 스타트업이 생기면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 투자로 돈을 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자금이 몰린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부동산 못지않게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쪽에 자본이 집중될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의 자본과 기술 인력이 집중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흉내 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1호로 발의하고 싶은 법안은.
"'자원 기본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핵심은 광물·원자재 등 안정적인 자원 확보다. 신산업도 자원이 있어야 돌아간다.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기에 국가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정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자원 외교를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 싹 뒤집어엎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면 자원 확보가 어렵다. 정부가 어떻게 틀을 잡고 어떤 제도로 뒷받침해야 하는지,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갈 수 있는 '기본 룰'이 필요하다. 정권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본법을 통해 전통산업과 신산업을 일으키고 싶다."
-지역구 출마 의지가 강하다고 들었는데.
"비례대표 제안도 있었지만 정치를 한다면 지역에서 하고 싶었다. 국가의 단면인 지역 사람과 접촉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듣고 느껴야 살아있는 정책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수도권으로 검토해달라는 요청만 했다. 아직 말할 수 없지만 생각하는 몇 곳이 있다."
-영입 당일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도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기업인 출신 여야 영입인재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는데.
"고 사장님도 전문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낸 분이다. 신산업과 혁신성장은 여야가 따로 없는 분야다.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수성가했다. 청년에게 조언한다면.
"집안 형편이 정말 어려웠다. 내 아버지는 90세가 넘을 때까지 평생 산청 지리산 산골에서 평생 농사만 짓고 사셨다. 그땐 다 어렵게 공부했다. 특별한 게 아니라 시대가 그랬다. 지금은 기술과 일자리, 살아가는 방식과 문화가 상당히 빠르게 변한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기회도 많을 것이다. 기회를 얻으려면 잠재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세상 돌아가는 판을 읽기 위한 글로벌 감각도 익혀야 한다. 잠재력과 글로벌 감각, 자기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심까지 겸비한다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정치인으로서 출발점에 섰다. 궁극적인 목표는.
"정치는 국민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다. 종종 협소한 문제에 매몰돼 국민의 문제를 도외시될 때가 있다. 국민의 일이 아니라 자기들 문제로 싸우기도 하지 않나. 많은 국민이 정치에 불만을 갖는 이유다. 싸우더라도 국민의 문제로 싸우면 훨씬 나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몇 개의 법안을 내고 싶다. 규제보다는 신산업 분야가 더 앞으로 나아가고 혁신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법안을 많이 발의할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