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에 실질적 영향주는 자사주 소각 주목
과거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이자 주가부양책이었던 무상증자에 대한 투자자 반응이 달라진 양상이다. 무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거나 권리락에 따른 착시효과에도 매수세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주당 1주 이상 배정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엔케이맥스, 피씨디렉트, 소룩스, 펨트론, 티이엠씨, 솔루스첨단소재, 제우스, 지아이이노베이션, 에이치앤비디자인, 하인크코리아 등 10곳이다.
이 중 소룩스가 주당 14주 배정으로 가장 높은 증자 비율을 기록했고, 에이치앤비디자인이 4주, 하인크코리아가 3주, 제우스가 주당 2주 배정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보통 무상증자는 유동성을 늘려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된다. 이에 더해 무상증자 권리락일 주가가 저렴해졌다는 착시효과가 발생하면서 주가 급등세를 이끌어 테마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무상증자를 발표하거나 실시한 종목들의 주가 상승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무상증자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주식소각 등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방식의 주주환원책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무상증자에 대한 투자자 선호도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7일 1400%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소룩스의 경우 다음날인 8일 23.67% 급등했으나 다음 거래일인 11일 20.62% 급락했다. 같은 달 26일 무상증자 권리락 이후 5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했으나 이후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한때 권리락일 기준가를 밑돌기도 하며 상승폭을 반납했다.
지난달 2일 200% 무상증자를 결정한 제우스는 공시 당일과 다음날 소폭 상승세를 보였고, 권리락일인 16일 장 초반 강세를 보였으나 종가 기준 0.9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외에도 1월 30일 300%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하인크코리아는 오히려 31일 하락, 이달 1일에는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12월 27일 400% 무상증자를 결정한 에이치앤비디자인 역시 공시 다음 날 10.84%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은 현재 주식 발행 및 상장금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돼 무상증자 일정을 무기한 미룬 상황이다.
무상증자의 주가 견인·주주환원 효과가 미진하자 상장사들은 주식 소각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소각 결정 공시는 총 40건으로 2022년 20건 대비 2배 늘어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뚜렷해지면서 배당확대와 자사주매입 및 소각 확대를 포함한 주주친화정책 강화 등을 요구하면서 기업 대주주 혹은 경영진과 대립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에서도 주주환원책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해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한편, 자사주 취득·보유·처분 등 전 과정 공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1월 신년 간담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유도하는 자본시장 밸류에이션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