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 재가입한 소비자에 대해선 적합성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내놨다.
이복현 원장은 5일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부터는 정당한 손실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 많이 봐줬다면 지금은 시장원칙에 가까운 방식으로 부동산 PF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강한 저항이 있더라도 뚫고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PF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과 재구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유도하고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해 부실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을 차단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부실자산에 묶여있던 자금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부문에 흘러가도록 자금시장의 선순환구조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금은 시장적 방법으로 부동산 PF 부실을 정상화해야 할 적기”라며 PF 부실 정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체 동의가 없어도 유의미한 소수가 원하면 경·공매로 넘어갈 수 있도록 대주단 협약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상반기 중에 태영건설 급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유동성 이슈가 눈에 보이는 정도로 있는 것은 없다”며 “재작년 말부터 주요 건설사 재무적 상황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해왔고, 많게는 수십개 적게는 십여개 건설사 챙겨보고 있는데 상반기 중 중대형 건설사들이 예상 못 한 충격을 줄 정도로 유동성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은 없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자연스러운 시장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고 한편으로 바람직하다고 봤다.
최근 손실 규모가 늘고 있는 홍콩H지수 기초 ELS와 관련해선 확인된 불완전판매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위험 상품 판매규제에 대해선 “면밀한 분석 등을 통해 다시는 후진적 형태의 불완전판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에 재가입한 소비자의 경우 가입이나 재가입 시점에서 적합성 원칙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원장은 “재가입한 경우도 최초 가입 시기에 리스크 고지가 잘 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았는데 판매사에서 재가입을 명분으로 적합성 원칙을 지키지 않고 그냥 ‘믿고 가입하세요’라며 스리슬쩍 권유했다면 금소법상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이 불완전판매 된 사례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판매사에서 20년간의 손익 통계나 추세를 분석해서 제시해야 하는데, 어떤 금융사에서는 75% 이상의 ELS 급락기 통계 수치가 빠진 사례도 있었다”며 “이런 지점에서는 금융사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기관-개인 간 거래조건을 균등화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공매도 거래 전산 체계 구축과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통해 불법 공매도를 근절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