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닫힌 생태계’, 실적 효자서 골칫거리로”

입력 2024-01-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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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규제·파트너 이탈·경쟁사 반발 불러
“유럽 DMA 시행, ‘닫힌 정원’ 전략에 균열
지속 성장 아닌 규제·제한 직면할 수도”
서비스 부문 실적 타격 불가피

애플 특유의 폐쇄적인 기술 생태계를 일컫는 일명 ‘닫힌 정원(Walled Garden)’은 한때 최고 성공 요인으로 꼽혔지만 최근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애플의 ‘닫힌 정원’ 전략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지만, 점점 더 회사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회사의 노력이 당국의 규제, 파트너들의 이탈, 경쟁 업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닫힌 정원은 업계 기준으로 봐도 매우 포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긴밀하게 통합돼 있어 애플의 생태계는 ‘담장’이 아니라 ‘성벽’이라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로 인해 애플 이용자는 외부 장치를 이용하거나 경쟁사의 생태계로 완전히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환 비용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러한 폐쇄성을 되레 장점으로 발전시켰다. 한 번 애플의 세계에 발을 들인 고객들을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으로 만든 것이다. 이러한 닫힌 생태계는 오늘날 애플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애플의 이러한 행위는 점점 더 다른 기업과 규제 당국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즈가 2020년 미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다.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 이외 사이트 등에서 앱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애플의 정책을 문제 삼았다.

유럽연합(EU)은 3월부터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한다. 미국 법무부 역시 애플에 대한 반독점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빅테크 기업의 폐쇄적인 플랫폼을 정조준한 DMA 시행은 애플에 있어 거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최근 DMA 시행에 발맞춰 자사 운영체제 iOS와 앱스토어 운영 등을 개편하겠다고 예고했다. 해당 조치는 애플 서비스 부문의 수익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CNBC방송은 이에 대해 “아이폰에서 앱 배포를 통제하던 애플의 닫힌 정원 전략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애플의 서비스 부문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애플은 구독, 앱스토어 수수료 등 서비스 사업에서 점점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이 수익이 폐쇄적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WSJ는 “애플의 경쟁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업이 가장 매력적인 소비자에 다가가기 위해 애플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는 규제 당국이 멈출 줄 모르는 애플의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애플이 향후 더 넓게 열린 시장 전략을 택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아닌 규제와 제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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