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강남구 주민들도 찾아...휴일 만끽
점원들 “휴일 업무강도 세...어쩔 수 없어” 한숨
남궁인숙(69·서초구) 씨 부부는 28일 오전 10시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을 찾아 쇼핑 카트 가득 싱싱한 딸기와 감귤, 샤인머스캣을 카트에 담았다. 서울 서초구 소재 대형마트가 이날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정상영업하고 매월 2·4주차 평일인 수요일에 휴무키로 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은 한층 해소된 모습이었다.
남궁 씨는 “쿠팡 같은 이커머스가 웬만한 건 다 빨리 보내준다고 하지만, 과일이나 식품은 신선도가 복불복인 경우가 너무 많아 대형마트에서 직접 장을 본다”면서 “마트가 2·4주차 일요일 휴무인 것을 잊고 헛걸음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오전부터 이마트는 북적였다. 노부부부터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 나들이를 준비하는 2030 청년층까지 다들 모처럼 일요일 대형마트 장보기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캠핑길에 들른 지승환(32·서초구) 씨는 하마터면 다소 비싼 백화점을 갈 뻔했다고 한다. 지 씨는 “종전처럼 2·4주차 일요일 휴업이었다면 인근 백화점에 갈 생각이었는데, 너무 편리하다”고 했다.
아이들도 모처럼 일요일 대형마트에 들뜬 모습이었다. 4살 김가온(강남구) 양은 마트 냉장코너 앞에서 ‘브레드이발소’ 유부초밥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와 함께 들른 변하빈(30·강남구) 씨 부부는 “아이가 마트 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살 물건도 있어서 오늘 영업하는 마트를 검색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마트 양재점이 속한 자치구는 서초구지만, 변 씨 부부가 사는 강남구에서 차로 15분 거리다. 변 씨는 “평소 이마트 가든파이브점을 자주 찾는데, 2·4주차 일요일 영업을 안해 맞벌이 부부에겐 불편함이 컸다”며 “이제 일요일마다 서초구 마트를 찾을 것 같다”고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점심 시간에 이르자 방문객 수는 더 늘었다. 직원들도 한껏 바빠졌다. 점원 정해숙(61·가명) 씨는 “인근 코스트코 양재점이 아직 의무휴업일을 유지해 오늘 더 손님이 몰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 씨는 “매주 일요일마다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저시급이 더 낮았던 과거에는 자정까지 일할 때가 있었으니 일요일 업무가 뭐 대수겠냐 싶다가도, 평일에 쉬어야하니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 너무 아쉽다”라고 했다.
빈 매대 관리를 한창 하던 점원 김재희(48·가명) 씨도 “유통법 개정 반대 시위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잘 되겠냐”며 “일요일 의무휴업 폐지만큼은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하지 노동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인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주말업무 강도가 확실히 평일보다 높은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적응해야지, 어쩔 수 없어 보인다”고 말한 뒤, 총총 사라졌다.
한편 28일부터 일요일 정상영업을 하고 평일 의무휴업하는 점포는 △대형마트 이마트 양재점·롯데마트 서초점·킴스클럽 강남점 3곳과 △준대규모점포(SSM) 31곳(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홈플러스 익스프레스·GS더프레시·노브랜드·하나로마트 반포점) 등 총 34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