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영의 금융TMI]스트레스 DSR, 도입하면 내 대출금 얼마나 줄어드나요

입력 2024-0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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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뉴스를 접해 보면 궁금증이 생기기 일쑤죠. 당장 오늘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에도 바빠 맥락과 배경까지 꼼꼼히 짚어주는 뉴스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과도해도 정보가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금융TMI]에서는 금융 정책이나 용어, 돈의 흐름, 히스토리 등을 쉽게 설명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따분하고 어렵기만 한 금융 기사를 친절한 ‘TMI(Too Much Information)’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민생토론회 주요내용 관련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DSR 규제 강화를 급격히 하지 않겠다"며 "경제 흐름 등을 고려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DSR 규제를 내실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민생토론회 주요내용 관련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DSR 규제 강화를 급격히 하지 않겠다"며 "경제 흐름 등을 고려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DSR 규제를 내실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린다’는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금융당국이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내실화하겠다며 강조한 말입니다. 내실화 방안 첫 번째가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입니다. 금융당국은 2월 26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시작으로 6월에 은행권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까지 적용하고 연내 전 금융권에 모든 대출에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DSR과 스트레스 DSR은 무엇이고, 또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는다’는 원칙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ㆍDebt Service Ratio)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말합니다. 대출 받는 사람의 부채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사용됩니다.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대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DSR 도입의 취지입니다.

DSR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스트레스 DSR’입니다. 차주가 대출을 받을 때 미래 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것입니다. 코픽스시중금리를 기준으로 6개월마다 금리가 달라지는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도중 금리가 높아져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음을 미리 따지자는 취지입니다. 5년 내 최고금리에서 현재금리를 뺀 ‘스트레스 금리’를 DSR 대출한도 산정 시 가산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왜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려 하는 것일까요? 가계부채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보다 10조1000억 원 늘었습니다. 가계대출 확대를 견인한 것은 주담대입니다. 주담대는 은행권에서만 51조6000억 원 늘어 전년(20조 원) 대비 증가폭이 커졌습니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습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규모(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101.7%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스위스(126.1%), 호주(109.9%), 캐나다(103.1%)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을 도입해 금리변동위험을 반영하면 고정금리 대출이 확대되는 등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 역시 가능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은 통상 대출을 받을 때 미래의 금리 상승 위험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의 금리 수준이 낮은 변동금리 대출을 혼합형(5년 등 일정 기간 고정금리 적용, 이후 변동형으로 운영)이나 순수고정형 대출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변동형 대출 취급이 커지면 금리의 변동에 따라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널뛰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금융 안정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가계부채 질적구조 개선을 통한 금융안정 제고’를 목표로 내세우고 고정금리 확대방안을 발표한 배경입니다.

스트레스 DSR 도입하면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고정형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어왔습니다. 그간 채찍은 은행 등 금융기관을 향해 있었습니다. 예컨대 금융기관의 고정금리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변동금리와 비교해서 과하게 산정한 부분은 없는지 대출업무 원가, 리스크, 유동성, 법적비용 등 가산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을 항목별로 점검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를 줄일 것을 주문했고 변동금리대출을 과도하게 취급하는 경우,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 부담을 높이는 등 페널티도 두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쉽게 잠잠해지지 않자 금융소비자들을 향해서도 DSR 정교화라는 채찍을 든 것입니다.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면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듭니다. 기존에는 대출을 받으려는 ‘현시점’에서의 금리 수준과 상환능력만을 바탕으로 대출을 내줬지만, 이제는 미래에 혹시 오를지 모를 금리에 대비해서 대출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스트레스 금리가 100% 적용되는 경우, 연 소득 5000만 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변동금리로 분할 상환 대출을 받는다면 대출한도는 기존 3억3000만 원에서 2억80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대출한도가 기존보다 약 16% 줄어드는 것이죠. 한도만 따진다면 변동형보다 혼합형, 주기형 대출이 유리합니다. 같은 조건 아래 혼합형 대출을 선택한 차주는 한도가 3억 원으로 3000만 원 줄고, 주기형 대출을 선택한 차주는 3억1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위는 스트레스 DSR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달 금융위는 ‘은행업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 규정변경 예고를 냈습니다. 대출한도 축소에 따른 실수요 어려움을 고려해 상반기는 스트레스 금리의 25%, 하반기는 50%, 2025년부터는 100%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우선 적용하고 추후 전 업권, 전체 대출에 확대 적용할 예정입니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 확대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신속한 개정을 위해 사전예고 기간도 단축했습니다. 법제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다음 달 21일 금융위에서 감독규정을 상정ㆍ의결할 예정입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스트레스 DSR이라는 채찍을 휘두르기 전에 대출을 받자’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침 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에서 더 유리한 조건의 주담대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도 열린 상황이라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달 25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신청 건수는 서비스가 시작된 이달 9일부터 1만1534건, 신청금액은 1조9487억 원에 달합니다. 2월 말 스트레스 DSR 시행 전까지 대출 갈아타기 시도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전세대출에도 DSR 도입…가계부채 수준 관리ㆍ질적 개선에 팔 걷어붙인 금융당국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달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네 번째 -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위한 금융정책 방안 관련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전세대출에 DSR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본다"며 "전세대출에도 점진적으로 DSR을 적용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달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네 번째 -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위한 금융정책 방안 관련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전세대출에 DSR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본다"며 "전세대출에도 점진적으로 DSR을 적용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의 ‘DSR 규제 내실화’ 방안으로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에 이어 DSR 적용 범위 확대도 내놨습니다. 그간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전세대출에도 적용될 방침입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스트레스 DSR 제도의 도입은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금융거래 주체에게 직접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신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증가 시 DSR에 대한 다수의 예외 적용은 대출의 우회경로, 풍선효과 유발 수단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기에 DSR 산정 대출상품의 예외 적용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이라는 본래 의미의 DSR 원칙만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거시건전성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금융당국의 이 같은 DSR 규제 강화 움직임은 가계부채 적정 관리,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 등으로 이어져 ‘금융안정’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당장 내 대출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뿐만 아니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결국, 금융안정이 이뤄져야 부채상환 부담의 급격한 상승 등 '내가 맞닥뜨릴 혹시 모를 위험'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스트레스 DSR 도입에 따라 자금이 필요한 이가 충분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은 없는지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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