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말기 간 질환자도 ‘생체 간이식’ 받으면 생존율 높아진다”

입력 2024-01-24 09:00 수정 2024-01-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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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연구팀 “뇌사자 간이식만 기다리는 것보다 생존율 3배 높아”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중증 말기 간 질환 환자도 생체 간이식을 받으면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덕기·이재근·주동진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 임승혁 강사 연구팀은 멜드(MELD) 점수가 높아 뇌사자 간이식을 주로 받는 중증 말기 간 질환 환자가 생체 간이식을 받으면 뇌사자 간이식을 위해서만 대기하는 경우보다 생존율이 3배 가까이 높다고 24일 밝혔다.

멜드 점수는 간 질환의 심각도를 측정해 환자의 위급도에 따라 뇌사자 간이식 순서를 부여하는 기준이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간이식을 대기하는 환자 중 멜드 점수가 30점 이상인 중증 말기 간 질환 환자 649명을 대상으로 1년 생존율과 거부반응 발생률을 추적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 649명 중 생체 간이식을 받기 위해 준비한 A군은 205명, 뇌사자 간이식만 대기한 B군은 444명이었다.

조사 결과, 실제 간이식을 받은 환자 수는 A군이 187명(91.2%)으로 간이식 시행 기회가 B군(177명, 39.9%)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뇌사자 간이식만 기다렸던 B군의 1년 생존율은 28.8%로 낮은 반면, 생체 간이식을 받은 환자에서는 77.3%로 A군이 약 3배 높았다.

연구팀은 두 군의 수술 결과도 비교 분석해 말기 간 질환 환자에서 생체 간이식 예후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생체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합병증, 거부반응 발생률 등은 뇌사자 간이식과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생체 간이식 공여자들도 큰 합병증 없이 회복했다.

연구팀은 간이식이 필요한 중증 말기 간 질환 환자가 생체 간이식을 받을 경우, 뇌사자 간이식 대기 순서만 기다리는 것보다 간이식의 기회가 커질 수 있으며 생존율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멜드 점수가 30점 이상인 중증 말기 간 질환 환자에서 생체 간이식의 안전성을 밝혀냈다”라며 “말기 간 질환 환자도 생체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인한 만큼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식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외과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IF 15.3) 최신 호에 게재됐다.

한편, 간이식은 간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한 중증 말기 간 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생존해 있는 공여자에서 간을 기증받는 생체 간이식과 뇌사자 간이식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에서는 뇌사 기증자가 부족해 간이식의 70% 이상은 생체 간이식으로 진행한다. 이전에는 멜드 점수가 30점 이상으로 높은 말기 간 질환 환자에게는 생체 간이식이 적극적으로 권장되지 않았다. 좋은 이식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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