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기업들이 최근 열린 ‘파리 패션위크’를 기점으로 올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엔데믹에도 고물가와 내수 경기침체로 고전을 이어온 기업들은 파리 패션위크를 실적 턴어라운드의 기점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파리 패션위크는 뉴욕, 런던, 밀라노 패션위크와 함께 4대 프리미엄 패션 시장으로 꼽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패션 기업들은 올해 파리 패션위크에 대거 참가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은 18일 ‘시스템’, ‘시스템 옴므’를 앞세워 11회 연속으로 파리 패션위크에서 단독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전 세계 20여 개국 패션 관계자와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두 브랜드의 2024 가을·겨울(F/W) 시즌 글로벌 컬렉션 200여 종을 공개했다.
2013년 파리법인을 설립한 한섬은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를 개설하는 등 프랑스를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그간의 노력 덕분에 한섬이 작년 1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3년 F/W 컬렉션 수주액은 전년 대비 125% 이상 증가했다.
한섬은 해외 유명 백화점과 대형 온라인 패션몰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갤러리라파예트백화점을 비롯해 독일 베를린 카데베백화점, 글로벌 패션 온라인몰 쎈스 등과 홀세일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작년 6월 열린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홍콩 등 신규 해외유통 플랫폼 10여 곳과 신규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아울러 한섬은 시스템·시스템 옴므 온라인 자사몰을 이르면 올 상반기 파리에서 론칭할 예정이다.
휠라코리아도 고급화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 나섰다. 휠라코리아는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최근 론칭한 프리미엄 라인 ‘휠라플러스’ 쇼룸을 운영하며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휠라플러스 샘플을 선보이는 세일즈에 적극적이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스트리트 브랜드 ‘팔라스’의 설립자 레브 탄주와 협업한 컬렉션도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런던, 뉴욕 등에 거점을 둔 백화점과 프리미엄 편집숍 등에 입점해 글로벌 유통 채널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휠라코리아 지주사인 휠라홀딩스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브랜드 사장직을 신설, 토드 클라인 휠라USA 사장을 선임했다. 이를 통해 휠라의 글로벌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포함한 운영 전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인터)도 자체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을 앞세워 프랑스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24일까지 프랑스 마레지구에서 글로벌 패션업계 관계자 대상 쇼룸을 운영한다. 맨온더분이 해외 패션위크 기간 쇼룸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인터는 이번 쇼룸에서 현지 반응을 살핀 뒤, 해외 이커머스 채널 입점 등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는 자체 브랜드(PB) 육성을 통한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작년 9월 출범한 K패션전문법인을 통해 ‘스튜디오톰보이’, ‘보브’, ‘지컷’ 등을 집중 육성해 해외 신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가 해외에서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K패션의 위상도 커지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내 패션기업들은 저마다 파리, 뉴욕 등 글로벌 영토를 확장해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