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5일 배송이요? 그냥 주문한 사실을 잊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가품’ 이슈도 해결 안 됐고 비싼 건 애초에 안 사요.”
중국 직접구매(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제품을 많이 구입한다는 김명준씨(37)는 ‘포기했다’는 말투로 알리의 배송 지연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이렇듯 알리는 ‘가성비’를 무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지만 △배송 기간 지연 △품질 불량 △가품 검색·판매 △불편한 환불 체계 등에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원성을 듣고 있다.
21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최근 국내 브랜드 제품의 입점을 늘리며 빠른 배송과 매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이용자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707만3097명을 기록했다. 알리의 앞에는 이커머스 강자로 불리는 쿠팡과 11번가가 버티고 있지만 알리는 그 뒤를 빠른 속도로 쫓고 있다.
하지만 알리의 국내 시장 장악 속도와 상반되게 고객 불만은 여전하다. 알리를 통해 가방을 구매한 정진영씨(36·가명)는 “5일 내 배송이 가능하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서 구매했지만 별도의 고지 없이 배송 기한이 늘어나기도 했다”며 “두 달이 걸린다는 물건도 있었는데 오히려 그 물건은 2주 만에 도착해서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까봐 일부러 배송 기간을 길게 잡는 것인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은 환불 정책에 대해 개선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리를 20회 이상 사용한 김세현씨(35)는 “물품 배송이 너무 느려 환불을 하려고 했는데 알리는 물건을 고객이 받지 않으면 환불 자체를 신청할 수 없다”며 “물건이 예상보다 늦게 오면 배송 지연 쿠폰이라고 1달러를 주기는 하는데 빨리 환불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대다수의 알리 사용자는 다른 이커머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많다보니 “각종 불편은 감수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알리가 작년 국내 시장에 약속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는 경우가 많았다.
더군다나 알리는 가품 논란 해소를 위해 투자를 약속했지만 아직 유의미한 성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알리는 지난해 12월 한국 기업 지적재산권과 고객 보호 강화에 3년 동안 1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예슬씨(29·가명)는 “‘ADA 수조’를 검색해 주문했는데 버젓이 ‘DADA’라는 이름을 단 가품인 배송됐다”며 “주변에서 절대 진품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렇게 비슷한 이름의 가품이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알리는 샤넬, 에르메스, 디올 등 특정 브랜드의 이름을 검색하지 못하도록 막아뒀지만, 이런 명품 카테고리 외에는 가품을 관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명품도 ‘헤르메스’, ‘럭셔리 가방’ 등으로 검색하면 명품과 외관이 흡사한 제품이 여전히 팔리고 있었다.
알리 측은 “AI 시스템을 활용해 가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고, 별도의 팀을 통해서도 가품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