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에 주인 없이 무단 유기돼 수백 마리까지 급증해 농작물 등에 피해를 줬던 사슴 문제가 30여 년 만에 법적 처리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는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법령에 가축사육업 등록취소 또는 폐업 시 가축 처분을 의무화하고, 가축을 유기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무단 유기 가축의 처리 방안에 대한 제도 개선 의견표명을 결정했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전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전남 영광군 주민 593명은 지난해 7월 영광군 내 안마도 등 섬 지역에 주인 없이 무단 유기된 사슴이 수백 마리까지 급증하면서 섬 생태계는 물론 농작물과 조상 묘 등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피해 해소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권익위와 농식품부, 환경부는 2차례에 걸쳐 안마도를 직접 방문하는 등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과거 안마도에는 사슴이 없었으나 1980년대 중후반 축산업자가 사슴 10여 마리를 안마도에 유기한 것이 시초로 추정되며, 현재는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가운데 사슴이 수백 마리로 늘어나 안마도는 물론 석만도 등 인근 섬까지 퍼졌음을 확인했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이에 권익위는 무단 유기된 가축에 대한 처리방안을 마련하고,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제도개선을 의견표명했다. 권익위 의결서에 따르면 환경부는 안마도 사슴으로 인한 주민 피해 및 생태계 교란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법정관리대상 동물로 지정할 것인지 결정하고,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축산법' 등 관련 법령에 가축사육업 등록 취소 또는 폐업 시 가축 처분을 의무화하고, 가축을 유기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했다. 또한, 전남 영광군은 필요 시 안마도 사슴을 안전하게 섬에서 반출할 수 있도록 가축전염병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 전염병 유무에 따라 후속 조치할 계획이다. 법정관리 대상 동물은 관련 법상 생태계 교란 생물·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유해 야생 동물 등으로, 이들에 대해서는 총기 포획이나 포획 후 구제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브리핑에서 "무단 유기 가축 처리 방안은 그간 관계기관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장기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는데, 이번 민원을 계기로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권익위는 앞으로도 민생 현장을 찾아서 부처 간 또는 지자체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안들을 발굴해 중재하고 조정하는 등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개 식용 금지법' 통과로 식용 목적 사육이 금지된 개의 경우, 축산법상 가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번 제도 개선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