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국채 선물 시장, 다음달 19일 문 열린다...2008년 이후 16년만

입력 2024-01-1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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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수요 유동성 확보…시장 안착에 도움될 것"

30년 국채선물 시장 내달 19일 시작
16년만 초장기 국채 선물 상품 상장
보험사, 장기채 선물 헤지 효과 기대
수익률 곡선을 활용한 금리 차익도
다양한 포지셔닝 전략 구사 가능해
실물결제 대신 현금결제로 편리성↑

30년 국채선물 시장이 다음 달 첫걸음을 내딛는다. 2008년 국채 10년 만기 선물이 도입된 이후 16년 만에 초장기 국내 선물 상품이 파생상품 시장에 상장되는 것으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성공적인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도 공존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17일까지 30년 국채선물 시장조성자 모집에 나섰다. 자격 조건은 거래소 회원 등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 요건을 갖춘 투자매매업자로, 계약 기간은 다음 달 19일부터 오는 6월까지 약 5개월간이다.

거래소는 신청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3·5·10년물 국채선물 자기매매 거래대금 △2022년 이후 FICC파생상품 시장조성 경력 △참여인력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상위 5개사 내외를 시장조성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5주간 모의시장을 운영한 뒤, 다음 달 19일 상장한다.

2008년 10년 국채 선물 시장, 금융위기 타격…현금결제로 편리성 높여

국고채 30년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채 30년 선물에 대한 시장 수요는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보험사들은 장기채 선물을 활용해 헤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국고채 PD(전문딜러)와 증권·운용사들은 수익률 곡선을 활용한 금리 차익을 얻는 등 다양한 포지셔닝 전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 생명보험사 채권운용역은 "현재 장기물 선물은 10년뿐이어서 커브 전략을 3-10년 밖에 못 썼다. 그러나 10년물과 3년물 금리 커브가 반대로 움직이거나 의도한 대로 헤지 효과가 안 날 때가 많았다"며 "이때 30년 선물이 있으면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형운용사 채권운용역은 "기존에는 스팁전략을 할 때 30년물을 빌려서 매도해야 했는데, 이제는 30년 선물을 매도하고 3년 선물을 사고, (금리가) 플랫되면 30년 선물을 매수하고, 3년 선물 매도 또는 10년 선물을 매도할 수 있어서 운용하기 더 편리해질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시장의 요구에도 국채 30년 선물 시장 개설이 더뎌진 데는 10년 국채 선물 활성화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2008년 2월 10년 국채선물을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도입 첫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거래량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한 대형운용사 채권 관련 임원은 "거래소가 초기 시장 성공을 위해 시장조성자 모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채 10년 선물도 보험사, 연기금 장기투자자들이 실물결제로 하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무도 거래를 안 하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국채 10년 선물 시장 유동성은 금융당국이 실물결제 방식을 현금차입 결제방식으로 바꾸면서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금결제는 계약 만기 때 손익을 현금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간편한 반면, 실물 결제는 채권을 주고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다.

해당 임원은 "10년 선물을 도입한 지 3년째부터 현금차입거래 결제 방식으로 바꾸자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었다. 이번 30년 선물도 차입거래로 시행하면 투기거래자들이 많이 붙을 것"이라며 "시장 유동성이 생기려면 결국 투기적 수요가 생겨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매수·매도 변동성' 선물 수요…외국인투자자 30년 듀레이션 노출 '불투명'

실제로 초기 시장 안착에는 당국이 기대하는 헤지 수요보다는 금리차익을 노린 투기적 수요(스페큘레이터)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대형증권사 채권운용역은 "3년은 거래가 많지만, 위아래 폭이 좁아서 한 틱 먹어봤자 300만 원밖에 안 되고, 10년으로 한 틱 먹으면 1000만 원 가져가는데 30년물이면 1bp만 움직여도 가격 변동 폭이 20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수·매도에 따른 변동성을 활용하기에 최적"이라며 "증권사 프랍들은 본드포워드(미래에 채권을 사기로 계획하는 거래)를 할 때 지금 당장 자금이 없어도 국고채 30년에 대한 포지션을 노출시키는 수요로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본다. 30년은 지금도 딜커(딜러와 브로커의 합성어)와 스트립수요가 많아서 선물 수요가 뒷받침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이미 30년 선물 시장 개설을 선반영해 장단기 금리스프레드 역전 폭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은 통상 만기가 길수록 위험이 커져 금리가 높아야 하는데 30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낮은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증권사 한 채권연구원은 "연초 되면 자금이 시장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올해 연간 국고채 발행 계획을 보면 1월 30년물 입찰 물량이 다시 줄었다"고 했다.

작년부터 만성적으로 스프레드가 역전된 상태에서 공급이 줄면서 10년보다 30년물 금리가 낮아지는 역전 폭이 확대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월 국고채 경쟁입찰을 보면 30년물 발행량은 총 2조7000억 원이다. 국내 30년물에 대한 국내 연기금, 보험사들의 수요가 만성적으로 높은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돼 국내 채권 듀레이션이 꾸준히 증가하기 힘든 구조다.

해당 연구원은 "30년물이라는 국채 선물에 외국인들이 들어오려면 30년 동안 듀레이션 노출을 해야한다. 문제는 외국인들은 원화에 대해 그 정도 신뢰가 없어서 장기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은 다를 수 있겠지만, 채권시장에서 국내 신뢰도만 갖고는 기재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헤지 활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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