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탈당 및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을 요구했지만 답을 듣지 못한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모임 ‘원칙과상식’ 소속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결국 당을 떠났다. 나머지 소속 의원인 윤영찬 의원은 당 잔류를 택하면서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윤 의원을 제외한 세 명의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떠나 더 큰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길을 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양심”이라며 “비정상 정치에 숨죽이며 끌려가는 건 더 이상 못하겠다”고 했다.
세 의원은 “(민주당에) 방탄·패권·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지금 이재명 체제로는 윤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는 민심이 60%지만 민주당을 향한 민심은 그 절반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당이 이재명 중심 단결만 외친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김부겸‧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버스가 떠나기 전 결단을 하라는 등의 진심 어린 충고에도 어떤 진정성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선거법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도 절망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치도, 이재명 정치도 실패했다”며 ‘개혁대연합, 미래대연합’을 제안했다.
이들은 “재의요구권을 가족 수사를 막기 위해 사용하고, 불체포특권을 개인 사법 방어에 사용하는 등의 방탄과 패권, 적대와 무능, 독식과 독주의 기득권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려면 국민 통합 정치, 연대‧연합정치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연대와 연합 방식에 대해서는 이날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우선 신당 창당 계획을 정리해 이르면 12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연대 범위와 관련해선 “기득권을 내려놓고, 기득권 정치에 반대하는 우리의 뜻과 함께 가는 사람들이라면 모두와 연대할 수 있다”고만 했다.
이준석 신당, 제3지대 등과의 연합 가능성은 “정해진 바 없고, 가능성은 다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선 “제안드리면 함께 해주실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고, 다른 현역의원 합류에 대해선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은 있지만, 행동은 아직”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전날 이들에게 ‘이재명 대표와 선거법 개정이나 통합 비대위 등에 대해 방법을 상의해볼테니 시간을 달라’는 취지로 설득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세 의원은 국민과 결단 시점을 하루 앞둔 제안에는 진정성이 없을 뿐 아니라 그간의 행보에서 변화를 읽을 수가 없었다며 이를 거절했다.
윤영찬 의원은 전날까지 원칙과소속 의원들과 잔류를 고민하며 논의를 했지만, 이날 오전 잔류 결정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동지들에게 미안하다. 당에 남아서 당을 기어이 재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탈당하는 나머지 의원들은 윤 의원의 선택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안타깝고, 아쉽다. 그러나 당에 남아서도 양극단 혐오정치에 있어 좋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1일에도 연이어 이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까지 예고된 만큼 민주당의 분열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이재명 당대표가 병원에서의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날이다. 이 대표는 퇴원 메시지에서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 상생하는 정치로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원칙과상식 등을 언급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