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비만치료제 시장은 장밋빛이다. 시장을 선점한 기업 외 다수 글로벌 빅파마들이 인수합병(M&A)과 라이선스인(L/I)을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비만약 확보를 위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비만치료제는 항암제와 매출 1위를 다툴 의약품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30% 성장해 2030년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기업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LG화학은 5일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경구용 희귀비만신약 ‘LB54640’을 수출했다. 총 계약 규모는 3억500만 달러(약 4000억 원)다. 이번 계약은 LG화학의 기술이전 사례 중 최대 규모이며 선급금 비중은 전체 계약의 32%(1억 달러)에 달한다.
리듬파마슈티컬스는 세계 최초의 MC4R 작용제 ‘임시브리’를 개발 및 상용화한 글로벌 희귀비만 치료제 기업으로 희귀비만 분야 전문성 강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희귀비만증은 MC4R(포만감 신호 유전자) 작용경로 등 특정 유전자 결함으로 식욕 제어에 어려움을 겪는 희귀질환이다. LB54640은 MC4R 작용제로 지난해 10월 미국 임상 2상에 돌입했다. 리듬파마슈티컬스는 향후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이관받아 시험자 모집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키트루다를 개발한 미국 머크(MSD)도 비만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로버트 데이비스 머크 최고 경영자(CEO)는 4일 골드만삭스 그룹이 주최한 투자 컨퍼러스에서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하거나 비만치료제 개발 기업과 거래를 통해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11월 중국 에코진의 먹는 비만약 후보물질 ‘ECC5004’를 최대 20억 달러(약 2조6350억 원)에 도입했다. ECC5004는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GLP-1 계열 파이프라인이다. 로슈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만·당뇨 치료제 기업 카못테라퓨틱스를 최대 31억 달러(약 4조 원)에 인수했다. 카못테라퓨틱스도 GLP-1 계열의 먹는 약과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7월 19억 달러(약 2조5000억 원)에 비만치료제 기업 버사니스 바이오를 인수했고, 노보노디스크도 지난해 8월 비만치료제를 개발한 덴마크 엠바크 바이오텍과 캐나다 인버사고파마를 각각 4억7000만 유로(약 6700억 원), 10억7500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는 노보노디스크의 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이 미국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이어 올해 의약품 매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젬픽은 당뇨병 치료제지만 체중 감량에 효과로 비만치료제로도 인기를 얻었다. 오젬픽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하는 경구용 당뇨병치료제 리벨서스,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매출을 더 하면 총 280억 달러(약 36조 원)로 키트루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만‧당뇨 치료제는 지난해보다 올해 가장 큰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의약품으로도 꼽혔다.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 위고비는 2023년 매출 대비 40억 달러 이상 증가해 의약품 중 가장 큰 매출 증가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오젬픽은 30억 달러로 두 번째로 큰 매출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20억 달러 이상 매출 늘면서 5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올해 가장 많은 신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