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주요 채권단을 소집해 태영건설의 추가 자구안 필요성을 논의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중 워크아웃에 영향을 줄 만큼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채권자가 회의 참석 대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 원장은 "어떤 경우의 수가 와도 대처할 수 있는 시정 안정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주말까지 새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11일 열리는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결정된다. 이 원장은 "시간이 많은것 같지만, 사실상 이번 주말이 워크아웃 성사 여부를 가늠할 마지막 기회"라며 "11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압박했다.
매주 주말에는 통상 고위급 협의체인 'F4' 회의가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두고 당국의 주요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태영그룹은 회생 기회를 얻기 위해 자구안을 내놓은 상태다. 태영그룹은 산업은행과 협의를 통해 태영인더스트리와 에코비트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블루원 매각 및 담보 제공,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등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충분한 자구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산은과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계획에 오너 일가의 자산이 단돈 1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태영건설 자구안이 아니라 오너 일가 자구안이 아닌가 채권단이 의심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격인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 원) 중 일부인 400억 원가량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 구체적인 사재출연 규모나 SBS 활용 방안 등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채권단은 현 상태라면 워크아웃 개시는 힘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채권단인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그룹 차원의 자구 노력 성의가 보이지 않는 현재대로라면 채권단의 동의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차라리 회생절차를 밟아 버릴 곳은 버리고 살릴 수 있는 곳은 살리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채권자사는 "사재출연이나 계열사 SBS 매각 또는 담보 등 핵심 방안이 빠져 있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해당 내용이 포함돼야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1차 채권단협의회까지 자구 노력 변화를 지켜보며 개시 동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약속을 어겼다면서 자구안에 진정성이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태영그룹은 원래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 대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659억 원만 실제로 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오너 일가가 더 급한 다른 곳에 자금을 소진한거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 상황이라며 매각 자금도 회사 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 개인 명의 자금은 따로 파킹된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채권단의 의심"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