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과 맞장 뜬 마시모 CEO “애플 더는 나쁜 행동 못하게 끝까지 싸우겠다”

입력 2024-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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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소송 비용만 1억 달러...연매출 육박

▲조 키아니 마시모 최고경영자(CEO). 출처 홈페이지 캡처
▲조 키아니 마시모 최고경영자(CEO). 출처 홈페이지 캡처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과 의료기기 스타트업 마시모 간의 특허 침해 소송전은 말 그대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조 키아니 최고경영자(CEO)(58)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왜 애플과의 전쟁을 감행했는지에 대한 내막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최근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히 조명했다.

애플과 마시모의 소송전에서 최종 승자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마시모는 2020년 1월 애플워치가 자사의 혈중산소농도 측정 특허를 침했다고 애플을 고소했고 이에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작년 10월 해당 기술이 들어간 애플워치의 미국 수입 금지를 명령하며 마시모의 손을 들어줬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6일 ITC의 의견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이 결정이 확정됐고 미국 내 판매가 중단됐다.

하지만 애플의 대응이 만만치 않다. 애플은 바로 다음날인 27일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며 강력 반발했다. 또 수입금지 중단 요청을 법원이 심리하는 동안 해당 명령을 일시 중지해달라고 법원에 긴급 요청했으며 이튿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WSJ은 “키아니 CEO는 세계 최대 기업과의 법정 싸움에 30여년 동안 쌓아온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면서 “지금까지는 키아니가 이기고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평했다.

마시모 직원 대거 채용한 애플…기술 탈취 두고 마시모와 극렬한 입장차

WSJ에 따르면 키아니는 24세 때 1989년에 마시모를 설립했고, 2013년 소비자기술박람회에서 애플 기기에 연결되는 휴대용 맥박 산소 측정기 판독기를 공개했다. 몇 달 후 애플에서 연락이 와 양측 관계자의 만남이 성사됐다.

애플 측은 당시 마시모의 기술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았고, 그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으며, 양측 대표는 재차 직접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또 애플워치를 개발할 당시 마시모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소규모 업체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또한 마시모가 애플의 소비자 중심 계획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임상 측면에 더 집중했기 때문에 다시 함께 일할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사 관계자의 만남 몇 달 후 애플은 마시모의 최고의료책임자를 기용했다. 마시모 스핀오프(분사)에서 근무하던 최고 엔지니어와 수십 명의 다른 마시모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물론 이후 재판에서 마시모의 전 최고의료책임자와 다른 전직 직원들은 애플이 마시모의 기밀 정보를 회사에 가져오라고 요청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도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렇지만 2019년 애플은 혈중 산소 농도 감지 관련 특허를 다수 발표하면서 마시모 스핀오프에 재직했던 엔지니어를 발명자로 등재했다. 마시모 관련 기술의 공동 발명자인 모하메드 디아브는 당시 상황에 대해 “뱃속에 칼이 꽂힌 것 같았다”며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이에 맞서 마시모는 2020년 1월 애플이 자사의 영업 비밀을 훔쳤다는 혐의로 애플을 고소했지만 애플은 그해 말 혈중산소측정기가 탑재된 애플워치 시리즈 6를 출시했다.

마시모는 영업 비밀 탈취 등 애플을 상대로 한 여러 법적 소송으로 현재까지 1억 달러(약 131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마시모 작년 매출이 1억4400만 달러인데, 사실상 소송에 회사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키아니는 2006년 넬코와의 7년간의 관련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으며, 2016년에는 다른 특허 침해로 로열 필립스를 이긴 바 있다.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키아니 CEO가 미국 특허 제도를 공격적으로 이용하며 다른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혈중 산소 농도 감지 설정을 표시하는 애플워치 시리즈 9의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혈중 산소 농도 감지 설정을 표시하는 애플워치 시리즈 9의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아무도 애플에 맞서지 못하고 있어”

애플과의 소송은 키아니가 임한 가장 힘든 전쟁이 될 수 있고, 수년 동안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하지만 키아니는 애플이 마시모의 기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중소기업과의 상호 작용 방식을 변경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애플과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 싸운다는 결의다. 승리도 자신하고 있다.

애플의 소송전에 마시모의 직원들과 키아니의 친구들은 우려했다. 키아니는 “사람들은 제가 미쳤다고 애플에 대항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어요”라고 떠올렸다.

WSJ은 작년 4월 여러 중소기업들이 애플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또 애플이 중소기업들이 특허 침해를 주장할 때 공격적인 법적 전략으로 대응한다고 전했다.

키아니는 “아무도 애플과 맞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내가 해낸다면 애플을 더 좋게 바꾸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애플 대변인은 마시모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지적재산과 혁신을 깊이 존중하며 다른 회사의 기밀 정보를 가져가거나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객을 대신해 우리가 발전시킨 혁신을 허위 주장으로부터 계속 보호할 것입니다”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키아니에 따르면 애플이 진지하게 협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그는 회사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애플과의 전쟁을 끝까지 치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실제 마시모는 늘어나는 법적 비용으로 인해 회사의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

키아니는 “이건 꼭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회사가 계속 나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바꿀 수 있다면 제가 하는 그 어떤 일보다 세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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