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외진단기기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팬데믹(대유행) 기간 축적한 역량으로 만성질환과 여성건강 등 다양한 분야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혹한기를 견뎌낸 기업들이 실적 회복을 위한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체외진단기기 기업들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로 호실적이 이어졌으나, 엔데믹 영향에 성장세가 꺾여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185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이다. 수젠텍도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 상태로,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액은 189억 원이다. 작년 3분기 씨젠도 10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최근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이 종료되고, 일상 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코로나19 관련 제품 이외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코로나 특수’로 확보한 자금으로 비(非) 코로나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바늘로 혈액을 채취하지 않고, 신체 부위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확인하는 혈당측정 기기를 개발해 국내 특허를 확보했다.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제품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콜레스테롤 측정기기 ‘스탠다드 리피도케어’ 등 기타 제품 매출비중도 2021년 0.23%에서 지난해 3분기엔 42.33%까지 끌어 올렸다.
수젠텍은 여성건강 사업에 집중한다. 2022년 12월 여성 호르몬 진단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인 ‘슈얼리 스마트’ 시리즈를 국내에 선보였다. 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여성 호르몬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체외진단 의료기기다.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슈얼리 스마트’와 ‘슈얼리 스마트 배란 듀오’, ‘슈얼리 스마트 완경 듀오’ 등의 제품 허가를 받았다.
씨젠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와 소화기감염증(GI) 종합진단 제품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협력을 맺고 아시아·아프리카 8개국에서 약 5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HPV 검사를 시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씨젠은 유럽에서는 GI를 비롯한 진단 시약 30종에 대한 체외진단 의료기기 규정(IVDR)을 획득했다. 해외 기업과 기술 공유 사업도 추진해 지난해 이스라엘 하이랩(Hylabs), 스페인 웨펜(Werfen)과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노력은 기업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고, 일부 기업은 코로나19 관련 제품 의존도를 낮췄다. 전체 매출은 감소세였지만, 지난해 3분기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의 비코로나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353.3%, 36% 증가했다.
업계는 혹한기를 견뎌낸 기업들이 제2의 도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판매하며 축적한 자금과 영업망을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한 체외진단기기 회사 관계자는 “그간 코로나19 관련 매출을 기반으로 충분한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했고, 해외 영업망은 팬데믹 이전 57개국에서 현재 68개국으로 확대했다”라고 말했다.
임민혁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산업육성본부장은 “감염병 관련 제품은 단기적으로 매출을 상승시키지만, 만성질환 분야 제품의 매출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라며 “당뇨병 관련 제품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임 본부장은 “다국적 기업들은 진단 장비와 시약 간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을 전환하고 있고, 외부 기업의 파이프라인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라며 “향후 2~3년 내 역량을 다진 국내 기업들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