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주도로 강행 처리된 일명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확실시되면서 실제 특검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재표결하는 과정에서 여당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어 재표결 시점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재표결 시점을 국민의힘 공천심사 이후로 정해 이탈표를 노릴 수도 있다는 질문에 "그러지 않으리라고 본다.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정리를 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이어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시점을 보고 하는 것 자체가 이 법이 애초부터 총선용, 민심 교란용 입법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에서 이런저런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표결이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언제가 유리한지를 보는 것 자체가 특검법이 정략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방증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전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각각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법안 등 일명 '쌍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1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 중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천한 특검이 김 여사와 가족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특검 추천권 행사 주체에서 배제됐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화천대유·성남의뜰 관련자들의 '50억 클럽' 의혹 관련 불법 로비와 뇌물 제공 행위, 사업자금 관련 불법 행위,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인지된 사건 등에 대해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특검 추천권 행사 주체에서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배제됐다.
쌍특검법이 통과되자 대통령실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지금 국회에서 '쌍특검' 법안이 통과됐다"며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해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199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111석인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 반대표를 던질 경우엔 야당 의원들을 모두 끌어모아도 재의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야권은 재적 의원 298명이 전원 출석할 경우에 181석의 야당 의원이 전원 출석하고,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18석 정도의 이탈표가 나오면 3분의 2인 199석 이상을 충족해 재의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본회의 표결에서는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여당의 집단 표결 거부에도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재표결 시점을 국민의힘에서 총선 후보 공천을 마친 2월 이후로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천 탈락 가능성이 있는 여당 내 현역 의원들의 이탈표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9일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에 대해 여러 가지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며 "특히,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 그리고 가족 문제와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