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퇴치 장치가 개발됐다. 1년간의 현장 실증 결과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에 대한 퇴치율이 90%를 넘어 농가의 야생동물 퇴치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은 농림축산식품부 연구개발 사업인 '농촌현안해결리빙랩프로젝트'를 통해 멧돼지 등 유해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안전하고 저렴한 야생동물 퇴치 장치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멧돼지와 고라니, 꿩 등 유해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파종기부터 수확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규모는 약 1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큰 피해를 끼친 야생동물은 멧돼지였으며, 전체 피해의 55%를 차지했다.
문제는 멧돼지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멧돼지 서식밀도는 20년 전 1㎢당 1.1마리에서 최근 5.5마리로 다섯 배나 증가했다.
여기에 고라니, 노루, 두더지 등 다른 야생동물도 증가 추세를 보임에 따라 농가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농가에서는 비용을 들여 논밭 주위에 울타리나 전기가 통하는 철책, 야생동물이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는 기피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감지기 등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멧돼지는 힘이 좋아 울타리를 쉽게 허무는 데다 기피제는 눈비에 씻겨나가기 쉽다. 전기 철책이 효과적이긴 하지만 사람에게도 위험해 사용하기 쉽지 않다.
최근에는 감지기를 설치해 야생동물이 접근하면 시끄러운 소리로 쫓아내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지만 감지 거리가 짧아 감지기에서 먼 농작물은 피해를 보게 되거나 야생동물이 점차 소리에 익숙해져 퇴치 효과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에 주관연구기관인 '투비시스템'은 기존 방식의 단점을 개선하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야생동물을 퇴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야생동물 퇴치시스템은 멧돼지나 고라니, 두더지 등 포유류와 조류 등 유해야생동물이 농가에 접근하게 되면 강력한 빛과 함께 시끄러운 소리를 내 퇴치하는 방식이다.
소리의 종류도 맹수 소리, 총소리, 여러 가지 효과음 등 수십여 개로 다양해 야생동물이 익숙해지는 단점을 보완했다.
감지 가능 거리도 100m 정도로 길어져 감지 거리가 보통 10m로 짧은 기존 제품의 단점을 개선했다. 추가로 CCTV를 설치하면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사람인지 야생동물인지 또는 어떤 야생동물인지 종류도 구분할 수 있다. 야생동물 종류에 따라 알맞은 빛이나 소리를 내서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고, 전용 앱을 통해 야생동물 영상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충남 당진시 농가에 퇴치시스템을 설치해 1년간 운영하면서 오작동 여부와 내구성, 퇴치율 등 현장 실증을 진행한 결과 야생동물 퇴치율이 90% 이상으로 조사됐다.
투비시스템은 이번에 개발된 제품의 가격이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저렴한 편이어서 농가에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야생동물을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노수현 농기평 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야생동물 퇴치 기술 외에도 농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애로 기술이 존재한다"라며 "지속적인 현장 애로 발굴과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농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