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균을 추모하는 방법 [이슈크래커]

입력 2023-12-28 16:14 수정 2023-12-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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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배우 이선균(48)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선균은 27일 10시 30분께 서울 종로구의 와룡공원 인근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12분께 이선균의 매니저는 ‘(이선균이)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26일)까지는 연락이 됐다. 차량도 없어졌다’며 112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매니저는 이선균과 연락이 닿지 않자, 강남구 청담동 거주지를 찾아간 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오전 10시 30분께 종로구에 있는 와룡공원 인근에서 차량과 의식이 없는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해당 남성이 이선균임을 확인했다고 밝혔죠.

갑작스러운 사망 비보에 연예계는 물론 대중도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선균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는데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조용하지만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하는 상황입니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선균 비보에 추모 물결…“지금은 애도의 시간”

이선균이 수십 년간 배우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한 만큼, 연예계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가수 지드래곤은 아무 말 없이 국화꽃 이미지를 SNS에 게재했고, 방송인 홍석천은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그곳에선 편히 쉬길. 명복을 빕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배우 류승수는 “기사를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배우로서 충분히 모든 감정과 아픔, 후회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고 말했습니다. 설경구, 이성민, 하정우, 정우성, 이정재, 전도연, 김남길, 유연석, 조진웅, 조정석, 배성우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고요. 감독을 비롯한 영화계·방송가 관계자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습니다.

일부 연예인들은 다소 격앙된 추모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룹 클론 강원래의 아내인 가수 김송은 “군중심리가 제일 나쁘다. 이 나라가, 이 사회가 죽음으로 몰고 간다. 죽였다 살렸다 한다”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걸리는 사람과 아직 걸리지 않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누구나 다 환경에 장사 없고, ‘나는 절대 안 그래’라며 장담할 인생 못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망치기도 한다”며 “죄를 결코 두둔하는 게 아니다. 인정했으니까 죗값 받고,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어야지, 가족 때문이라도 살았어야지. 비통하고 애통하다”고 덧붙였죠.

배우 이지훈은 “본인이 겪어보지도,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들의 말. 정말 공정할까, 평등할까”라며 “뉴스, 유튜브, 부풀린 소문, 누가 누굴 평가하는가, 본인들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잘 살고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의 글은 공감과 함께 반감도 자아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은 애도의 시간”, “과오가 실수라는 이름으로 씻기는 건 아니다”, “애도인지, 대중을 향한 회초리질인지 모르겠다” 등의 의아한 반응을 남겼죠.

또 이선영 MBC 아나운서는 이선균과 유흥업소 실장 A 씨의 사적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보도한 KBS에 대해 “어떤 사람의 인생을 난도 하는 것 외에 어떤 보도 가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쓰인 그 칼은 고(故) 이선균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선량한 피해자인 그의 아내와 아이들도 찔러 생채기를 냈을 것이며, 디지털 시대에 영구적으로 박제되어 영영 낫기 힘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탓일까요. 이지훈은 글을 삭제했고, 이선영 아나운서는 자신의 SNS를 폐쇄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저녁 서울 신촌 히브루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떤 나라로 가야 하는가: 개혁연합신당, 총선승리와 진보집권을 구상하다’ 정치 토크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저녁 서울 신촌 히브루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떤 나라로 가야 하는가: 개혁연합신당, 총선승리와 진보집권을 구상하다’ 정치 토크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서도 이선균 언급…“가슴으로 추모하자” 자제 목소리도

정치권에서도 고인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를 통해 “고 이선균 님을 애도합니다”라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라는 국가 수사 권력에 의해 무고한 국민이 또 희생됐다”고 썼는데요. 이 대표는 “저의 책임도 적지 않은 것 같아 참 마음이 아프다”며 “이승에서의 한은 모두 잊으시고 이제 그만 편히 쉬소서”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그는 해당 글을 삭제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검경의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수사 권력은 책임지지 않는다. 남 일 같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고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조 전 장관의 SNS 글에 대해 “연예인의 안타까운 비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가슴으로 추모하자”며 “조 전 장관, 이 대표가 글 내린 것처럼 자진 삭제하시라”고 촉구했는데요. 이어 “공인이라면 유족들과 그를 사랑했던 국민이 조용히 추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덧붙였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조 전 장관을 향해 “왜 본인의 SNS 메시지가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지 모르는가”라며 “조 전 장관은 공직자로서 부당하게 처신했고, 이미 일가족은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멸문지화니, 위리안치니 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공론장을 오염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고인이 된 배우마저 자기변명의 아이템으로 소비했다”며 “그래서 (국민에게) 질타를 받은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뉴시스)
▲(뉴시스)
이선균 동기의 부탁 “최소한의 예의, 남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 될 것”

여기에 경찰이 고인의 비공개 소환 요청을 거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는가 하면, 일부 매체가 유족 요청에 반해 유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선균이 받은 세 차례의 경찰 조사는 모두 공개 소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선균은 사망 나흘 전 마지막 조사를 앞두고 변호인을 통해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합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일부 방송기자들이 공개 소환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기자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데 괜히 비공개로 소환했다가 (숨어서 들어가는 것처럼) 영상이나 사진이 찍히면 오히려 피의자에게 더 손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건 관계인을 미리 약속된 시간에 맞춰 포토라인에 세우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경찰 수사공보 규칙에 어긋납니다. 경찰청 훈령인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6조 수사 과정의 촬영 등 금지 조항에 따르면 경찰관서장은 출석이나 조사 등 수사 과정을 언론이 촬영·녹화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됩니다. 불가피하게 촬영이나 녹화될 경우에는 사건 관계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안전 조치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선균은 세 차례의 경찰 조사에 출석하면서, 수사를 받고 나오면서 매번 취재진 앞에 섰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경찰의 내사 정보 보안도 지적받았습니다. 이선균은 내사 단계에서부터 실명이 알려졌고, 조사 과정은 여러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다시피 했는데요. 특히 경찰이 유흥업소 실장 A 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를 시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죠.

이선균의 유서 일부를 보도한 언론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구체적인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고, 관련 사진과 동영상 역시 유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관련 사건을 보도할 땐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 사생활을 존중해야 하죠.

온라인상에서는 ‘범인’을 ‘색출’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대중의 지나친 관심과 비난, 조사 과정 등을 생중계하듯 전한 언론 매체, 과잉 수사를 지적받은 경찰, 이들 중 누가 이선균의 등을 떠밀었냐는 겁니다.

수많은 대상을 향해 비난이 쇄도하는 상황, 이선균의 한예종 동기라고 밝힌 이의 글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선균의 친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는데요. 글쓴이는“짧게라도 글 하나 남기고 싶었던 것은 선균이가 참 착했던 애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라면서 “사람마다 보는 관점도 다르고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말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인성이 참 좋은 친구였다”고 고인을 회상했습니다.

그는 “(이선균은) 남에게 피해 주는 거 싫어하고, 업종 선배들에게 예의 있었고, 후배들은 잘 챙기려고 노력했던 아이였다”며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한계는 있었을 거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요.

이어 “비난과 시시비비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 미뤄주시고 한 인간의 마지막에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시면 남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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