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에 반려동물 사업이 ‘효자 상품’을 창출할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모이면서 기업들은 기존 영역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신사업 개척에 나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날 GC녹십자는 반려동물 사업 자회사 '그린벳'이 1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NICE투자파트너스, 농협은행,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KT인베스트먼트, GTO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대형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그린벳은 기존 반려동물 검진 사업은 물론, 건강보조제품과 의약품 등의 분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일찌감치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공을 들였다. 2021년 동물용 의약품 기업 에스비바이오팜에 70억 원, 동물용 진단검사 서비스 기업 네오딘바이오벳에 65억 원을 투자했다. 각각 지분율 21.87%, 24.53%에 해당하는 규모다. 종합 반려동물 브랜드 ‘윌로펫’과 동물병원 브랜드 ‘유한벳’ 등을 론칭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이처럼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2014년 1조6000억 원에서 2027년 6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김종원 유한양행 부장은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소규모 업체가 난립한 가운데 대형 제약사들이 최근 발을 들인 상황”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반려동물용 제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광동제약은 자양강장제 ‘경옥고’의 스핀오프 브랜드인 ‘견옥고’로 반려동물용 프리미엄 영양제 시장을 선점했다. 종합 영양제 ‘견옥고 본’, 관절건강을 위한 ‘견옥고 활’, 장 건강을 돕는 ‘견옥고 장’ 등으로 제품을 세분화했으며, 사람 제품과 동일한 품질을 표방했다.
지엔티파마가 개발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제다큐어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루게릭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후보물질 ‘크리스데살라진’ 성분의 동물용 의약품이다. 2021년 2월 국내 첫 동물용 의약품 합성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같은 해 5월 출시 후 1년 반 만에 누적 매출액 100억 원을 달성했다.
기존 인체용 의약품 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반려동물용 의약품 시장 개척에 활용되는 모습이다. 암이나 당뇨병 등 중증·만성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사람용 의약품 ‘엔블로’를 반려견용으로 개발 중이다. 엔블로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산 신약 36호로 품목허가한 당뇨병 치료제다. 현재 반려견 당뇨병은 인슐린 주사를 활용해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웅제약은 경구투여할 수 있는 반려견용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박셀바이오는 동물전용 면역항암제인 ‘박스루킨-15’를 개발했다. 박셀바이오는 항암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 전문 기업으로, 반려견의 유전체를 바탕으로 박스루킨-15를 완성했다. 전국적으로 42개 동물병원에서 120마리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인체용 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10월에 규제 기관에 박스루킨-15 승인을 신청했으며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승인이 나오면 바로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