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황기를 지나는 낸드 시장이 내년에는 반등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기능을 기기에 직접 탑재하는 온디바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에 이어 낸드까지 살아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1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낸드(eMMC/UFS) 가격이 10~15% 오르고, 내년 1분기에는 오름폭이 더 커져 18~23%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1분기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5~10%)보다 13%포인트(p) 상향 조정됐다.
트렌드포스는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수요자들이 조금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구매 물량을 늘리고 있다”며 “가격 상승은 고객사가 패닉 바잉에 나서는 경우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낸드는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장기적으로 저장되는 메모리다. 올해 낸드의 불황은 D램보다 더 거셌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D램보다 경쟁사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기준 D램 실적은 반등했지만, 낸드 실적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18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 쪽은 아직 거의 잠자는 수준”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낸드의 불황은 감산 효과와 더불어 내년 본격화하는 온디바이스 AI로 분위기가 반전될 전망이다. 온디바이스 AI는 외부 서버나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부에 AI가 탑재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없이 기기 자체에서 연산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더 많고, 고성능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텔의 AI 반도체 ‘코어 울트라’를 탑재한 최초의 AI 노트북 ‘갤럭시 북4 시리즈’를 출시했다. 다음 달에는 자사의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가 탑재된 AI 폰 ‘갤럭시 24시리즈’를 선보인다. 이후 AI를 TV,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등 모든 가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애플, 구글, 샤오미, 화웨이 등도 내년부터 온디바이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온디바이스 AI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PC에는 D램과 낸드 탑재량이 현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업들의 고성능 신제품 개발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공개한 321단 4D 낸드를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현존 최고층 낸드는 238단으로, 300단 이상의 낸드를 공개한 건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전작 대비 생산성이 59% 향상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10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낸드는 500단 이후가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더 높게 쌓기 위한 기술과 함께 측면 스케일링(Scaling)에 필요한 웨이퍼 본딩(Wafer Bonding) 기술, 다중 저장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술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