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자살예방 정책을 강화한다. 분산 운영했던 상담번호를 109번으로 통합하고, 자살예방 의무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살예방정책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내년부터 실시하는 정신건강정책을 설명했다.
현재 운영 중인 자살예방 상담 1393번, 정신건강상담 1577-0199번, 청소년 상담 1388번 등은 109번으로 통합된다. 복지부는 외우기 쉽고, 위급한 상황에 빠르게 기억해낼 수 있는 번호가 필요하단 판단으로 통합 번호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1393번은 사라지고 109로 대체된다. 1577-0199번과 1388번은 정신건강 상담 업무를 지속할 예정이다.
자살예방 상담센터 상담원은 기존 80명에서 20명을 추가 고용해 총 1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전화 상담 자원봉사센터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번호 통합에 따른 상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자살예방 교육은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전국 약 9만 개 기관의 1600명이 의무 교육 대상이다.
일반 국민에게는 자살 예방인식개선 교육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게는 생명지킴이 교육을 각각 시행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개발 및 인증한 교육 콘텐츠가 활용된다.
이두리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전화 통화보다 텍스트 대화를 선호하는 청소년을 위해 메신저 상담도 도입할 계획”이라며 “자살예방 교육은 향후 경찰, 소방, 의료기관 종사자 등 교육 대상별로 콘텐츠를 다양화해 전문적인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 강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의 일환이다. 윤 대통령은 이달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예방부터 회복까지’를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 명당 25.2명인 국내 자살률을 10년 안에 50% 감축하겠단 목표다.
혁신방안에는 2027년까지 청년층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정신건강 전문요원과 경찰관 합동 대응센터를 설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정신건강정책관은 “서울의 한 종합대학교 재학생이 1만3270명인데, 매년 이와 유사한 규모의 자살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며 “1991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약 1만3000명이었지만, 정부의 재정 투입과 안전 인프라 구축으로 현재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작년 약 2700명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예방상담 번호를 109로 통합 재편하고, 정신 건강에 대한 담대한 교육과 투자로 생명 존중 문화를 조성하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한 사례처럼 10년 내 자살률 50% 감축이란 도전적인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38개 회원국 중 1위다. 최근 3년간 자살 사망자는 3만9453명으로, 코로나19 사망자 3만2156명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은 80대(60.6명), 동기는 정신문제(39.4%)가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