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상품화 비율이 5%가 채 되지 않습니다. 수익성이 없게끔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경제성 평가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정요한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연구사업팀 팀장은 12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2회 병원-기업 페어링 데이’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행사는 병원과 기업 간 상생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제성 평가란 연구·개발된 제품이 의도된 용도대로 상품화될 수 있도록 사전에 인허가, 보험 수가 등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대다수는 경제성 평가 없이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상품화 비율이 5%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약품의 경우 보험수가를 기준으로 한 경제성 평가가 진행되나,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 정 팀장은 “의료기기 산업 자체가 규제산업이다. 의료기기법, 국민건강보호법, 의료법 등 3가지 법령에 따라 규제를 받기 때문에, 업체들이 시장 진출 및 사업 확장에 많은 애로사항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비용은 최소화하고 효용을 극대화해야 이익이 발생한다. 또한, 건강보험 수가 정책 안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치료나 예방, 진단을 위해 사용 가능한지 확인해야 하며, 어떤 질병에 사용할 것인지, 의료기기 등급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또한, 법규와 경쟁제품 분석도 이뤄져야 한다. 요양기관 종별, 적응증 환자 수, 보험 기준 등도 확인해야 상품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애 고려대구로병원 팀장은 의료기기 연구개발 과정에서 사용 적합성 평가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용 적합성은 사용자 및 환자 안전성과 사용 편의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특히 자가진단키트 등 사용자가 의료진의 도움 없이 사용하는 의료기기가 늘면서 사용 적합성에 대한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김 팀장은 “일상생활에서 의료기기 사용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 제조할 때 이 제품이 어떠한 위험이 있고,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규석 스마트의료기기상생포럼 회장(삼성서울병원 연구부원장)은 “논문을 통해 의료기기의 성능을 알게 되는데, 국내 제품은 논문화가 많이 되지 않아 사용 자체가 저조하다”며 “국산 의료기기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정한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병원장)은 “병원과 기업이 지속해서 만나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얻는다면, K의료기기는 빠른 시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병원과 기업 간 만남의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630조 원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부터 연 평균 성장률 5%를 보였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2022년 11조9000억 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