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재협상 가능성...알리, 오픈마켓 셀러ㆍ물류센터 해결
이커머스기업 11번가의 최대주주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매각 향배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 재무적 투자자(FI)의 손에 11번가의 운명에 달린 가운데 유력 매각 협상자였던 큐텐을 비롯해 알리바바그룹, 아마존 등의 인수 가능 시나리오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30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11번가에 대한 콜옵션 포기 의결했다. 콜옵션은 옵션거래에서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로 11번가의 FI는 12월 중순부터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FI가 SK스퀘어의 11번가 보유 지분 80.3%까지 묶어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관건은 11번가가 적정 가격에 매각될지 여부다. FI는 투자금 5000억 원을 회수해야 하는데, 11번가의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5년 전 SK스퀘어가 투자받을 당시 11번가의 기업 가치는 2조7000억 원이었으나, 현재 시장 추정가는 약 1조 원 수준이다. 헐값 매각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11번가를 탐내는 기업은 큐텐, 알리바바그룹, 아마존 등을 꼽는다. 특히 최근까지 매각 협상을 벌였던 싱가포르 이커머스업체 큐텐과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SK스퀘어가 큐텐에 협상 중단을 통보했는데, 큐텐은 여전히 11번가 인수 의사가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는 큐텐이 물류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거래량 확대를 위해 국내 플랫폼 인수에 적극적이란 관측이다.
알리바바그룹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알리바바그룹의 직구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한국에서 적극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알리 앱 한국인 사용자는 전년 동월(297만 명) 대비 106% 급증한 613만 명으로 조사됐다. 알리는 올 10월 애경산업, LG생활건강 등이 입점한 국내 브랜드 전문관인 ‘K베뉴’도 만들었다. 업계는 국내 브랜드 유치를 위해 알리가 오픈마켓 사업을 전개 중인데, 사업 확장을 위한 국내 셀러와 국내 물류센터가 필요하다. 알리바바그룹은 11번가를 인수하면 단기간 내 이 걱정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11번가와 2020년부터 협업해온 아마존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나, 업계는 가능성이 낫다고 본다. 11번가의 기업 가치가 크게 하락한데에다가 협업 성과의 반향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가 11번가의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과 다름없고 공은 FI에게 넘어갔다”면서 “마지막까지 협상을 벌였던 큐텐 인수가능성이 제기되나, 최근 국내에서 약진하고 있는 알리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