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특금법에 없는 이유로 제재” 업계 반발
FIU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 대응 고수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 업계의 여러 이해 당사자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고파이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약 19억 원의 과태료를 받은 델리오와 원화계좌 신고가 불수리된 한빗코는 곧 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FIU는 가상자산 업계와 3건의 법정 다툼을 진행·예정하고 있다. 먼저 6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바라는 고파이 투자자들이 국가대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델리오는 이달 안으로 소송을 공식 제기할 계획이다. 델리오는 8월 말 3개월 영업정지와 함께 내려진 18억9600만 원의 과태료 등 제재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정상호 대표는 “소송 기한이 이달 말까지라 다음주에 공식으로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한빗코 역시 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FIU의 원화계좌 신고 불수리 결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이다. 한빗코는 9월 고객확인의무(KYC)와 거래제한 조치, 가상자산 전송 시 정보제공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19억9420만 원의 과태료도 부과받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뤄진 가상자산사업자(VASP) 현장검사 과태료 중 최고 금액이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업권과 한해 3건의 소송을 치루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가 가상자산 업권과 치른 소송은 최근 3년간 1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가 내린 제재에 반발하는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FIU에 대한 가상자산 업계의 소송도 함께 늘어난 형국이다.
이들 소송 3건의 공통점은 모두 ‘현행 특정 금융정보법상의 법률 공백’이다. 원고들 모두 현행 특금법에 명문화된 조항 없이 금융당국이 재량으로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고파이 투자자들은 바이낸스의 해외 사법 리스크는 현행 특금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델리오 측은 가상자산사업자 거래, 특수관계인 발행 가상자산 거래 등은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존재 한다고 주장한다. 한빗코 관계자는 “VASP 신고는 특금법상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FIU 재량의 여지가 없이 반드시 수리해야 하는 행정청 재량이 허용되지 않는 처분인 기속 행위에 속한다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법률 공백을 다룬 특금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VASP 대주주 변경 신고 요건을 강화하는 개정안에 이어 이달 VASP 신고 불수리 요건을 강화하는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새 개정안은 가상자산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위반할 우려가 상당한 자 등을 금융당국이 신고 불수리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개정안 모두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법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FIU는 제재 및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할 때, 특금법상 형식적 요건 뿐 아니라 사업자가 충분한 자금세탁방지 역량을 갖춰는지 시장 질서 저해 소지가 없는지 종합적으로 살핀다는 입장이다. FIU 관계자는 “특히 델리오는 자금세탁방지(AML)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아주 많은 고객에게 재산상 피해를 끼쳤다”면서 “행정 소송을 제기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소송과 관계 없는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 2018~2019년 대부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할 때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대부업자에게만 의무를 부과했다. 무작정 때려잡기보다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