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이어주는 눈의 첫 번째 관문인 각막은 외부 노출로 인해 손상되기 쉽다. 각막 손상은 자칫 실명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입술 포진을 불러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도 각막 손상이 주범이 될 수 있다.
흔히 입술 주변에 수포를 형성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상존하며 때때로 눈에서 활성화된다. 눈이 간지럽고 뻑뻑하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눈꺼풀이나 점막에 작은 염증 형태로 나타나 단순 눈병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뻑뻑해지고 눈물이 자주 흐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각막에 파고들면 창문이 뿌옇게 변하는 것처럼 시야가 흐려지게 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각막염 증상이 반복되면 염증반응으로 각막이 조금씩 녹으면서 얇아져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외에도 각막은 외상, 화학물질 등으로 손상될 수 있다. 그 외에도 구조적으로 각막이 뾰족하게 올라온 원추각막, 각막확장증이나 수포성 각막병증, 그리고 유전적 요인에 의한 각막 변성 등이 있다.
각막 손상의 치료 방법은 손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의학의 발달로 각막 전체 이식, 부분 이식 등 다양한 방법이 시행되고 있다. 각막 이식 수술은 일반적으로 거부반응 없이 1년간 생착 성공률 80~90%, 5년 성공률 60~70% 정도에 달한다.
수술 전 어떤 원인 질환으로 각막이 망가졌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어, 기저질환이 있거나 녹내장 등 각막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으면 일찍 시각이 나빠질 수 있다. 이 밖에도 한 번 이식에 실패한 눈, 각막 주변부 손상이 많은 눈에서도 성공률이 낮다.
이식한 각막의 사용기간은 약 10년이지만 깨끗하게 유지되고, 환자가 젊고 건강하면 20년도 더 쓸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수술도 가능하다.
눈을 건조한 상태로 방치하면 각막에 상처가 나기 쉽다. 평소 인공눈물을 사용해 각막 표면을 편하게 해야 하며, 과로를 피하고, 술・담배도 끊어야 한다.
각막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선 안구건조증을 유의해야 한다. 라식수술을 한 사람 중 안구건조증 환자가 많은데 이는 미세하게 신경이 잘려나가기 때문이다. 신경이 무뎌져 자극받지 못하면 눈물 분비가 줄어든다.
여성은 눈화장하면서 눈의 기름샘(마이봄샘)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름은 눈물에 피막을 형성해 빨리 증발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마이봄샘이 막히면 눈이 건조해지고, 세균이 쉽게 자라는 환경을 만든다. 그 외에 콘택트렌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합병증으로 안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
김태기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는 “하룻밤 정도 괜찮겠거니 하지만 다음날에는 각막에 허옇게 혼탁이 생길 수 있다. 원인이 면역반응 때문인지 감염 때문인지 확인해야 하고, 감염 때문이라면 원인균이 바이러스인지, 세균인지, 곰팡이 때문인지 빨리 진단받아야 한다”라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금세 심각한 단계로 진전될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