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만 소비 줄고, 적자 내…먹거리 물가 부담↑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저소득층 가구에 생계비 부담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고소득층 가구 소득이 크게 늘 때 저소득 가구의 소득은 줄고, 이로 인해 이들 가구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23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만2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000원(0.7%) 줄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가구 소득은 1084만3000원으로 227만 원(4.1%) 늘었다.
이들 간 소득 격차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2분위(272만7000원)와 3분기(422만2000원), 4분위(624만7000원) 가구도 각각 0.3%, 2.3%, 5.0% 늘었다. 소득 5분위 가구 중 1분위 가구만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1분위 가구 소득이 줄어든 것은 임시·일용직 감소 등에 따른 근로소득(-9.2%) 및 집중호우로 인한 농사소득 등의 사업소득(-12.7%)이 크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1분위 가구의 월 소득 감소를 고려할때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이들의 실질소득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3분기 전체 가구의 실질소득이 전년대비 1만 원(0.2%)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3%가 넘는 고물가 지속 여파가 다른 2~5분위 가구보다 1분위 가구의 살림살이를 더욱 팍팍하게 만들 가능성이 큰 셈이다. 소득 감소로 1분위 가구만 소비 여력이 떨어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23만7000원으로 전년대비 0.7% 줄었다. 반면 2분위(190만9000원), 3분위(254만7000원), 4분기 가구(342만6000원)는 각각 2.9%, 3.3%, 3.1% 늘었고, 특히 5분위 가구(492만2000원)는 6.5%나 증가했다.
소비지출 비중을 보면 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23.0%), 주거·수도·광열(17.5%), 음식·숙박(12.8%)을 중심으로 의식주에 대한 지출을 많이 했다. 5분위 가구 경우 국내외 여행 증가 등으로 음식‧숙박(15.5%), 교육(13.7), 교통(12.7%) 중심으로 지출이 많았다.
1분위 가구의 경우 소비지출액이 소득을 웃돌면서 가계 흑자액은 -33만 원을 기록했다. 2분위(35만 원), 3분위(87만6000원), 4분위(151만6000원), 5분위(339만7000원) 가구는 흑자를 냈다.
가계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말한다.
문제는 4분기 중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고물가 기조가 확대되면서 먹거리를 중심으로 저소득층의 생계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보다 3.8% 상승해 3개월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상승률은 올해 3월(4.2%)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지출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6.7%), 음식·숙박(4.7%), 주택·수도·전기·연료(2.8%), 의류·신발(8.1%) 등에서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감소는 전반의 소비 위축을 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9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늘었지만 고금리 기조로 승용차(-0.9%) 등 상품 소비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통화긴축 기조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과 중동 정세 불안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이 소비 위축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