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병원은 21일 “전공의 폭행 의혹이 있는 50대 신경외과 교수 A씨의 징계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대학 교원인사팀에 통보했다. 병원 측은 교육수련위원회를 열어 신경외과 소속 A 교수의 전공의 폭행에 대한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대학 인권성평등센터에 조사를 신청해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해당 교수에 대해서는 피해자와의 일체 접촉금지, 예약된 외래진료와 수술을 제외한 모든 진료 금지, 회의 참석 금지 등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전남 소재 지방 사립대학교 신경외과 전공의 4년 차라 밝힌 B씨는 20일 ‘대학병원 전공의입니다. 상습 폭행에 대해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렸다. B씨는 지난 8월부터 2개월 동안 담당 교수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한 사실을 글을 통해 공개했다.
B씨는 “병원 복도에서, 심지어 외래를 보러 온 환자 앞에서,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따로 불려가 수차례 쇠 파이프로 구타당하고, 안경이 날아가 휘어질 정도로 뺨을 맞았으며, 목덜미가 잡힌 채로 컴퓨터 키보드에 얼굴이 처박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B씨는 폭행뿐만 아니라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했다고도 폭로했다.
B씨는 폭로를 하게 된 배경으로 “‘한 번만 더 참자. 하루만 더 참자. 나만 참으면, 나만 모르는 척하면 모두 괜찮을 거다’라 스스로 위로했지만, 나 하나 참고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는데 마흔이 다 되어가는 이 나이에 처벌을 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치욕스럽다”며 “저를 따로 불러 쇠 파이프를 들고 수차례 폭력을 행사하였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두려움에 몸이 떨리고 해당 일이 반복되는 악몽에 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
이어 “옆방에 있었던 당직의 선생님도 벽을 통해 들려오는 폭행 소리에 몸이 떨리고 무서워서 말리러 나서지도 못했다”며 “주먹으로 복부를 구타 당한 후 한동안 헛기침 증상이 있었을 때, 왜 자꾸 기침을 하는지, 감기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하는 아내에게 병원 침상에 부딪혔다고 둘러대는 제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B씨는 교수의 폭행 근거로 녹취 파일 3개와 방범카메라(CCTV) 영상을 첨부했다. 녹취 파일에는 “야, 왜 한 대라도 안 맞으면”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라는 지도교수가 추정되는 육성이 담겨 있다.
B씨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후배 전공의 선생님들의 개선된 수련 환경과 신경외과 의국 발전을 위해 해당 교수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본원에서 결단력 있고 단호한 조치를 통해 의료 사회 전반의 악습을 끊어내는 좋은 선례를 남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대한신경외과학회는 이날 권정택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중앙대병원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지난 20일 제기된 전공의 상습 폭행과 관련된 영상, 녹취록과 관련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피해를 입은 전공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전공의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학회 내 폭행과 폭언에 대응하는 조직을 정비하고, 전공의들에게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 측은 22일 “전공의를 폭행한 의혹을 받는 신경외과 교수 A씨를 외래 진료와 수술을 포함한 모든 진료행위에서 금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교수 A씨의 전공의 상습폭행이 ‘의사면허 박탈법(의료법 개정안)’의 첫 사례가 될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의사 등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범죄의 구분 없이 면허가 취소되는 ‘의사면허 박탈법’이 시행됐다.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이 면허가 취소돼 재교부 받으려면 자비를 내고 환자 권리 이해 등 관련 교육을 4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이후 교육 프로그램 이수 후 면허 재교부 심의위원회 전체 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면허를 재교부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