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ㆍ에너지 동력 삼아 IPO 페달 밟는 'SK에코플랜트'…신사업 이익 기여는 '숙제'

입력 2023-11-20 06:00 수정 2023-11-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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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C.I
▲SK에코플랜트 C.I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기존 건설회사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부문의 실적은 아쉽다. 매출액은 증가하며 성과를 냈지만, 이익 기여도는 올 들어 줄었기 때문이다. 신사업에서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면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IPO(기업공개)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고, 이는 공격적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건설 업황 악화로 미청구 공사가 늘고, 신사업 관련 투자로 순차입금도 증가하는 등 재무 부담이 커지는 점을 상쇄하려면 신사업의 성장성은 물론 수익성 증명이 요구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6조5138억 원, 영업이익은 2982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3%, 영업이익은 76% 증가한 규모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환경이 9272억 원, 에너지와 솔루션(플랜트, 주택·건설, 인프라)이 각각 1조3573억 원, 4조2292억 원의 매출을 냈다.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환경·에너지 부문의 매출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은 연간 기준으로 각각 15.3%(9541억 원), 29.8%(2조2471억 원)이고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35.1%(2조2845억 원)에 달한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SK에코플랜트 본사에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왼쪽 세 번째)이 사이먼 코브니(Simon Coveney)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 장관(왼쪽 두 번째)에게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 및 운영부터 핵심 기자재 생산, 그린수소 생산 및 활용에 이르는 에너지·환경사업이 총망라된 디지털 디오라마(Diorama)를 보며 SK에코플랜트의 에너지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서울 종로구 수송동 SK에코플랜트 본사에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왼쪽 세 번째)이 사이먼 코브니(Simon Coveney)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 장관(왼쪽 두 번째)에게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 및 운영부터 핵심 기자재 생산, 그린수소 생산 및 활용에 이르는 에너지·환경사업이 총망라된 디지털 디오라마(Diorama)를 보며 SK에코플랜트의 에너지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그러나 매출액 증가세와 달리 영업이익 기여도는 오히려 줄었다. 작년 3분기 환경·에너지는 영업이익의 26.9%를 담당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3.4%로 반토막이 났다. 환경사업이 115억 원의 손실을 내 적자 전환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T) 기술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손실을 냈다고 해명했다.

같은 기간 솔루션 부문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73.1%에서 86.6%로 늘었다. 여전히 기존 주축 사업인 건설 분야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투자금과 비교하면 영업이익 기여도는 더욱 미미하다. 사업을 본격화한 환경·에너지 부문이 2021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약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총 1758억 원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투입한 2조6000억 원의 6.8%에 불과한 수준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영업이익 확대가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투자금 회수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최근 대전에서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 선포식’을 진행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왼쪽)과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최근 대전에서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 선포식’을 진행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왼쪽)과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인수를 시작으로 종합환경기업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2021년에는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꿨고, 싱가포르 폐배터리 리사이클 기업인 '테스(TES)'와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 엘리먼츠'를 비롯한 수십 개의 환경·에너지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

신사업 확대를 발판 삼아 IPO도 추진 중이다. 지난 해 4월 NH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환경, 에너지 종합 기업으로의 성장성이 인정되면 높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적용받아 성공적인 상장을 이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사업 부문의 현금 흐름 개선과 영업이익 개선 중요도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더딘 영업이익 확보 뿐만 아니라 몇 년 간 불어난 순차입금으로 재무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대규모 자금을 지출하면서 확대된 순차입금이 재무 부담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SK에코플랜트 본사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관련 MOU 체결식에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뒷줄 왼쪽)과 사이먼 코브니(Simon Coveney)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 장관(뒷줄 중앙), 리오 클란시(Leo Clancy) 아일랜드 기업진흥청장(뒷줄 오른쪽), 이왕재 SK에코플랜트 에코에너지BU 대표(앞줄 왼쪽), 나이젤 림스(Nigel Reams) 럼클룬에너지 대표(앞줄 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서울 종로구 수송동 SK에코플랜트 본사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관련 MOU 체결식에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뒷줄 왼쪽)과 사이먼 코브니(Simon Coveney)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 장관(뒷줄 중앙), 리오 클란시(Leo Clancy) 아일랜드 기업진흥청장(뒷줄 오른쪽), 이왕재 SK에코플랜트 에코에너지BU 대표(앞줄 왼쪽), 나이젤 림스(Nigel Reams) 럼클룬에너지 대표(앞줄 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의 3분기 연결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약 4조4000억 원으로, 2020년 말 1조1000억 원 대비 300%가량 불어났다. 그간 인수한 환경 업체들의 연간 합산 에비타(EBITA·상각 전 영업이익)는 1000억 원 내외로, 기존 건설업 대비 작은 수준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현금 창출력 제고가 지연될 경우 인수자금을 회수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A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상장 추진력을 얻기 위해선 신사업 부문이 성장해 재무 부담을 개선해야 하는데, 현재로썬 에비타 규모나 영업이익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며 "기업으로선 빠른 IPO를 통해 투자 자금을 상환하려는 전략이겠지만, 최근 업황 침체 등을 고려해 손실을 감소하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고민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파르게 증가한 미청구 공사액도 부담 요인이다. 3분기 말 기준 미청구 공사액 규모는 1조2291억 원으로, 작년 9889억 원보다 24.3% 늘었다. 미청구 공사는 공사를 진행하고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 채권이다. 회계상 자산으로 처리하지만, 회수에 실패할 경우 손실로 전환된다. 과도할 경우 잠재 부실로 해석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별도 기준 미청구 공사액은 지난해 말과 거의 동일하고 올 3분기는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이 편입 되면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입금은 전사 사업 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관리 가능한 범위"라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가 돼 재무 건전성 개선 및 내적 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업 다각화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사업 부문의 현금 흐름 개선과 상장을 통한 순차입금 규모 축소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금 흐름이 불안정한 건설업의 특성과 최근 오른 금융비용 등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해소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B 증권사 연구원은 "건설 단일로는 밸류에이션을 높게 평가받기 어렵고, 상장을 해도 주목받기 어렵다"며 "신사업 확대는 상장 이후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한 움직이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고, 시중 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는 측면을 고려해 현금 흐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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