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다 끌어모아서 내놓은 곳입니다. 조율이 쉽지 않아요.”
국토교통부가 15일 전국 8만 가구 규모 신규 택지 공급안을 내놓은 직후 한 관계자는 이번 공급계획 물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공언했지만, 신규 택지 조성과 합의, 계획 수립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1~3만 가구 중규모 택지를 수도권 3곳과 지방 2곳에 각각 배치했다. 수도권에는 경기 구리시와 용인시, 오산시 등 서울과 가깝거나 반도체 클러스터 밀집지역에 신규 택지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지방 역시 개발이 시급한 제주 동부권과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충북 청주에 1만 가구 안팎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택지 공급은 절반의 성공이다. 공급량은 충족하는 데 성공했지만, 공급 효과가 큰 서울 근교에 제대로 된 택지를 내놓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 주택 공급을 위한 빈 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집값 변동에 따라 표심이 움직이는 개별 지자체와 신규 공급을 조율하기도 어려운 시기다.
실제로 발표 직전까지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김포고촌과 고양대곡, 하남감북 등이 신규 택지로 지정될 것이라고 점쳤다. 모두 과거 택지조성계획에 포함된 적이 있었고, 신규 택지로 조성되면 서울과 가까운 만큼 서울은 물론 수도권 집값 안정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선 서울과 가까운 곳은 구리토평2 지구 한 곳뿐이었다. 오산세교3지구의 경우 서울 용산에서 직선거리로 38㎞나 떨어져 있어 서울의 내 집 마련 수요를 분산할 수 없는 곳이다. 청주분평2 택지는 과거부터 주택 공급을 위해 비워둔 곳으로, 정부의 신규 공급 계획에 포함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다행히 정부는 내년 상반기 추가 택지 공급을 예고했다. 총선 등 택지 공급을 가로막는 정치 상황이 해소된 이후 제대로 된 서울 인근 대규모 택지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전승을 이끌 홈런처럼 부동산 시장을 뒤집을 큰 ‘한 방’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