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52시간제(소정 40시간, 연장 12시간) 골격을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한다. 노사 모두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13일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6월부터 8월까지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현 근로시간 규정으로 인해 애로사항을 겪었다는 응답(사업주)은 14.5%였다. 건설업은 2.9%에 머물렀으나, 사업시설과 제조업은 각각 32.6%, 27.6%에 달했다. 현 제도가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근로자 28.2%, 사업주 33.0%, 국민 39.0%였다.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근로자 44.2%, 사업주 44.6%, 국민 54.9%였다.
근로자 동의와 주 근로시간 상한 설정, 휴식권 보장을 전제로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주’에서 ‘월 이상’으로 확대하는 데 대해선 근로자의 41.4%, 사업주의 38.2%, 국민의 46.4%가 동의했다. 일부 업종·직종 적용에 대해선 동의율이 근로자 43.0%, 사업주 47.5%, 국민 54.4%로 높아졌다. 동의자들은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한 업종으로 제조업을 꼽았다.
단, 근로자들은 본인의 연장근로에 대해 거부감이 컸다. 추가 소득을 위한 연장근로 의향은 41.7%였다. 이 중에서도 절반 이상(55.7%)은 연장근로 시간으로 주 12시간 이내를 희망했다. 특히 근로자들은 연장근로 관리기관을 확대하더라도 건강권 보장하기 위해 주 근로시간 상한 설정(55.5%), 최소 11시간 연속휴식(44.2%)이 필요하다고 봤다(이상 2개까지 복수응답). 특정주 내 근로시간 상한에 대해선 동의한다는 응답이 48.7%, 보통은 21.8%였다. 동의·보통 응답자 중 75.3%는 상한으로 60시간 이내를 희망했다. 60시간 초과 64시간 이내는 13.6%였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고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당 근로시간 상한 설정과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등을 토대로 근로자의 건강권이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편안 발표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차관은 “모두가 공감하고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사정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및 정책 방향에 대해 노사 모두 불만을 내비쳤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원하는 답을 받으려는 의도된 질문의 나열과 뻔한 결과였다”며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국민을 우롱하는 식의 설문조사였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3월에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못 미치는 내용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아 경영계는 아쉽다”고 밝혔다.